나에게는 인생의 방향에 관한 몇 가지 계획이 있다. A부터 D까지 나름의 조건을 대어 우선순위를 정해둔 계획이다. A에 도전한 후 실패하면 B에 도전하는 식이다. 계획에 따라 휴학까지 하며 A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학교에 돌아왔다. 아쉽지만 온전히 나의 의지에 따른 결과이니 후회는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삶을 충만하게 해줄 계획들이 남아있다.

  나의 두 번째 계획은 ‘글을 쓰며 사는 삶’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배우기 위해 졸업이 머지않은 나이에 학보사에 지원했다. 글로써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싶었다. 주위에서는 졸업까지 늦춰가며 학보사 활동을 하는 데에 우려했다. 나 역시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일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결론은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내자는 것이었다. 남보다 더 열심히 글 쓰고 더 많이 배워 나간다면 충분히 시간에 대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진로면’은 훌륭한 기회이다. 진로면은 재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지만 실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나에게 더 큰 위안이 된다. 누군가의 조언 없이 직접 삶의 방향을 정해 움직이고 있는 나에게 한발 앞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들과의 만남은 불안했던 걸음에 힘을 실어 주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도 나와 같은 고민으로 자신을 옭아매던 시간이 있었고 답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끓는 속내가 있었다. 인터뷰 내내 서로 공감하는 불안한 시간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인터뷰는 ‘일’이 아니라 ‘상담’이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한다. 인터뷰이는 오히려 듣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거꾸로 기자는 말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나만이 아닌 곧 졸업과 함께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대학생 모두의 것이기에 선배와의 대화는 곧 진로면의 기사에 녹아든다.

  하지만 겨우 하나의 지면에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사에 미처 담아내지 못할 때마다 기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그럴 때마다 항상 ‘다른 학생들도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앞선다. 지면에 담긴 이야기는 인터뷰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직접 나누는 대화와 기사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그 깊이가 다르다. 기자로서 많은 학생이 매주 SNS에 공지되는 각 분야 선배와의 인터뷰에 함께 참여하길 바란다.

  글 쓰는 삶을 위해 선택한 중대신문 기자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짐을 느낀다. 그에 더해 담당하고 있는 진로면 또한 지금의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우리 모두가 불안에 산다. 우리에게 주어진 불안은 결코 해소될 수 없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작은 빛 정도는 구할 만하다. 나는 진로면 인터뷰를 하면서 그 빛을 본다. 독자들이 진로면 기사를 통해 그 빛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가능하면 함께 인터뷰에 참여해 더 큰 빛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