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구생활 : 작가편 
 
“뭘 그리지?” 자유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라는 미술 선생님의 말씀에 고민에 빠진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꽤 오랜 시간에 걸친 고민을 수반하곤 한다. 종종 창작의 고통이 ‘뼈를 깎는 듯하다’고 묘사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같이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창작의 고통을 매번 이겨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웹툰 작가들이다. 우리와 같은 20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웹툰은 마냥 즐기는 대상만이 아니다. 그들은 더 재밌고 유익한 웹툰을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창작의 고통에 빠져있는 것이다. 성균관대 인터넷 신문인 <성균웹진>의 선·후배 웹툰 기자인 김영현 작가(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와 송예균 작가(성균관대 경영학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영현 작가의 <스큐진타임> 20화 술자리편이다.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술버릇 이야기를 담았다.
 
  평범한 여대생, 곰유생이 되다
  김영현 작가는 <성균웹진>에서 웹툰 기자로 활동하며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스큐진타임>을 연재했다. 그 속에서 그는 ‘곰유생’이 돼 독자들에게 일상생활과 <성균웹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백곰이지만 조선 시대 유생의 갓을 쓰고 다니는 곰유생은 성균관대에 다니고 있는 흔한 여대생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웹툰을 그릴 때 쓰는 태블릿을 처음 만져본 것이 연재를 시작하기 한 달 전이었어요.” 김영현 작가는 <성균웹진>에 들어온 후에야 잊고 지내던 만화를 다시 그릴 수 있었다. 학창시절 연습장을 들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곤 했던 그는 잠시 뒷전으로 미뤄뒀던 만화를 떠올렸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미술을 관두게 됐지만 어린 시절 그에게 즐거움을 주던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잡은 연필과 펜은 그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그리고 싶은 장면을 구체화하는 작업에서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을 뿐이었다. 김영현 작가는 모든 게 그림 실력이 부족한 탓인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그려지는 장면이 손으로는 안 그려질 때 속상했어요. 그림 실력이 좋았다면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비록 서투른 실력으로 그리기 시작한 웹툰이었지만 그에겐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학교홈페이지 메인에 그의 웹툰이 소개된 것이다. “제가 정말 웹툰을 그리고 있다는 실감이 났죠. 뭔가 큰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까지 느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제 웹툰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분발하게 됐습니다.”
 
  <성균웹진>에 연재되는 웹툰은 오직 웹상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그 덕에 오타와 같은 자잘한 실수들도 금방 고칠 수 있지만 작가들을 예민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바로 ‘조회 수’였다. “조회 수가 많을 땐 기분이 좋아져요. 반대로 그 수가 적어지는 날엔 재미가 었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도 하게 되더라고요.” 김영현 작가 역시 조회 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성균관대 학생들이 재밌어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웹툰을 그리는 것이 목표였던 그. “연재할 당시엔 사소한 일상에도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웃긴 이야기가 있으면 곧바로 스마트폰에 메모해두곤 했어요.” 이제는 더이상 <스큐진타임>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없다. 하지만 김영현 작가가 그려온 <스큐진타임>에서는 학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그의 노력이 빼곡히 담겨있다.
                                        

                                         

▲ 송예균 작가의<S대 이야기> . 그가 선보인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2016년의 시작과 함꼐 새롭게 선보일 그의 웹툰을 소개했다.
 
 
  새로운 발돋움을 채색하다
   김영현 작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성균웹진> 송예균 작가. 그가 연재하고 있는 <S대 이야기>는 하나의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 없이 진행되는 ‘대학생활 웹툰’이다. “학기 초여서 신입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나 동아리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있어요.” 송예균 작가는 알찬 정보들이 담겨 있는 웹툰이라고 소개했다.
 
  “웹툰이기에 가능한 컷이 있어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짤’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독자들도 재밌게 볼 수 있죠. 만화책에선 볼 수 없는 또 다른 웹툰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그는 웹툰의 가장 큰 매력으로 트렌드를 좇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출판물인 만화책과는 달리 시의성 있는 주제와 각종 ‘짤’들을 활용해 대학생인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웹툰 <S대 이야기>에서는 재미있는 문구와 함께 익살스러운 표정의 ‘짤’들이 적재적소에 녹아들어 있다.  
 
   미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가 어떻게 웹툰을 그리게 된 것일까. 송예균 작가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웹진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자연스레 <성균웹진>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원래 미술과 만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웹툰 기자직을 맡게 됐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그에게 웹툰은 또 다른 출발선이 돼줬다. “다른 미술 분야에 비해 웹툰은 그 진입장벽이 높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성균웹진에 들어오면서 차츰차츰 알아가고 있는 단계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든 그도 창작의 고통은 피해갈 수 없었다. 앞으로 1년간 어떤 주제의 웹툰을 그릴지에 대한 계획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 “4월엔 중간고사, 5월엔 축제, 6월엔 기말고사와 같은 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재밌고 새로운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죠. 이미 짜놓은 주제더라도 새로운 게 생각날 때마다 바꾸길 반복했어요.” 그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자신의 새내기 시절을 돌아보거나 학교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주제를 잡아나가곤 했다. 
 
  하지만 고민은 계획 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웹툰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고민의 연속이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벗어나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송예균 작가는 웹툰을 그리면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재밌을 거라고 기대했던 부분이 막상 편집 과정에서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제가 짜놓은 콘티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려고 해요. 편집하기 전까지 시간차를 두고 독자의 입장에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려고 하죠.”
 
   이제 막 웹툰이라는 분야에 첫 발자국을 내디딘 것 같다는 그. 아직은 그린 웹툰보다 그릴 웹툰이 많은 송예균 작가의 바람은 소박했다. “거창한 목표는 아직 없습니다. 성균관대 학생들이 보고 ‘재밌다’ 혹은 ‘유익하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할 것 같아요. 제 웹툰을 보는 독자들이 많이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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