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6.03.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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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을 주제로 어느 날, 중앙마루에서 2부 계속 이어갑니다. ‘술이 원수야’ 여러분도 한번쯤은 해본 말인가요? 술김에 한 고백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굴욕을 맛본 이슬요정님은 ‘술은 진짜 원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만나러 가보시죠.
 
  - 평소 술을 즐겨 마시나요.
  “술자리를 좋아해요.(웃음)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물론 실수하지 않게 조심할 것도 많지만요.”
 
  - 실수라니. 혹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나요.
  “많아요. 별별 일이 다 있었죠. 한번은 동네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다가‘앉았다 일어났다’게임으로 술값 내기를 했어요. 다음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병원에 가보니 근육이 파열돼 있었어요.”
 
  -어머, 웬일이세요. 괜찮으셨나요.
  “그래도 그건 다행이에요. 몸은 다시 회복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실수가 있었어요.”
 
  -어떤 실수를 하셨나요.
  “지난해 6월이었어요. 술을 엄청 마신 날이었죠. 당시 무척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동기들과 얘기하다 보니 그날따라 짝사랑하는 게 답답했는지 확 고백해버리고 싶더라고요. 결국 일을 저질렀죠. 장문의 메시지로 마음을 표현했어요. 원래 그 친구는 제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죠.”
 
  -상대방이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웃음) 같은 학과이긴 해도 인사 몇 번 정도만 하던 사이인데 뜬금없이 술을 먹고 고백했으니까요. 많이 좋아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거든요. 아마 엄청 부담스러웠겠죠.”
 
  -뭐라고 답장이 왔는지 궁금하네요.
  “‘넌 나한테 미안할 이유가 없는걸.’ 이렇게 왔어요. 굴욕이었죠. 확인하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몰라요. 그냥 고백했어도 이상한 사이인데 술 냄새가 진동하는 문자로 고백했으니 단칼에 거절당한 거죠.”
 
  -그 이후로 만날 기회는 없었나요.
  “한 번쯤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싶었는데 만나주질 않더라고요.(한숨) 원래 안부 정도는 묻는 사이였거든요. 그 날 이후로는 지나가다 마주치면 ‘얜 뭐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도 가봤지만 소용이 없었죠.”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얼굴을 제대로 못 쳐다볼 정도였지만 사과라도 하고 싶어서 찾아갔어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부담스러운 존재였나 봐요. ‘아르바이트 끝나고 바빠?’라고 물으니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주에도 바빠?’라고 물으니 또 바쁘다고 대답했죠. ‘그럼 한 달 내내 바빠?’라고 물었는데도 바쁘다고 했어요.”
 
  -술김이 아니라 조금 다르게 고백했다면 달라졌을까요.  
  “차근히 제 마음을 표현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사이가 됐겠죠. 원래는 ‘밥 한번 먹자’고 하면 흔쾌히 응해주던 친구였거든요. 다 제 실수죠.”
 
  -같은 학과인데 지금은 그분과 어떻게 지내시나요.
  “가끔 마주치면 그 친구가 불편해하는 티가 나서 늘 피해요. 갑작스런 제 고백에 부담스러웠을 그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해서요. 이제 개강했는데 저를 보고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피할 순 없지 않을까요. 
  “그렇겠죠.(한숨) 같은 과인만큼 함께 알고 지내는 사람도 많거든요. 하지만 그 친구가 저를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죠.”
 
  -이 일 이후로 술자리를 많이 줄이셨을 것 같아요.
  “아뇨. 그렇진 않아요.(웃음) 하지만 이젠 그때와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아요. 술을 마실 때는 무조건 핸드폰을 가방 안에 넣죠. 제가 또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거든요.”
 
  -아직 새로운 인연을 만날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직까진 없어요. 그 친구와 예전 같은 사이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건 제 욕심일 것 같고요. 술을 좀 덜 마시면서 제 자신을 돌이켜 볼 생각이에요. 그러다 보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더 좋은 남자가 돼 있지 않을까요.”
 술을 마시고 한 실수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죠. 이슬요정님이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김동률의 ‘취중진담’으로 라디오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중앙마루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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