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학년 때는 불평만 많았지 수업도 잘 안 나갔어요. 안성캠퍼스라는 자격지심이 있었거든요.” 그는 의외의 말로 입을 뗐다. 웬만한 스펙으로는 취업문을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현실에 수업조차 잘 나가지 않았다는 말은 대기업 입사자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PC방에서 게임만 하던 신입생이 자신이 꿈에 그리던 현대자동차 서비스사업부 사원이 되기까지 이민주 동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기회는 작은 발버둥으로부터
  안성캠 상경학부에 입학한 그는 1, 2학년 시절 제2캠퍼스라는 콤플렉스로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학기 초 시사토론동아리에서 활동해보기도 했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다. 결국 그는 겉돌며 불평만 하는 시간을 보내다 2학년을 마친 후 군에 입대했다. 1학년 1학기 그의 성적은 1.8이었다.

  군에서 제대하자 여느 학생들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를 덮쳤다. 더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제가 가진 자격지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에 입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게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은 현대자동차였고 그곳에 입사하면 콤플렉스가 깨끗이 지워질 것 같았죠.” 그는 불만으로 점철된 지난 2년의 시간을 반전시키기 위해 자신을 압박했다.

  그러던 3학년 2학기, 빈손으로 발버둥만 치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온다.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던 교수님께서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시게 되자 대신 참가할 학생 한 명을 뽑는다고 하셨어요. 가장 절실한 학생 한 명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셨죠. 삶을 뒤집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골몰하던 저는 절절한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냈어요. 운이 좋게도 제가 선택됐죠.”

  절실함이 통한 걸까. 교수님의 눈에 들어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게 된 그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인생 전후를 나눌 만큼 큰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한다. “포럼에서 세계 각계각층의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니 ‘쿵’ 하고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죠. 막연히 멋지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저 사람들처럼 최고의 위치에 서고 싶다는 훨씬 큰 목표가 생겼어요.” 포럼에 다녀온 후 그는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겠다는 꿈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밥이라도 팔아보자
  그러나 의욕만 가지고 달려들기에 취업의 문턱은 너무도 높았다. 4학년이 되도록 그에게는 소위 스펙이라고 할 만한 활동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김밥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정으로 마음 맞는 후배 세 명과 함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던 그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주목했다. “중앙대에 ‘청룡광장’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지만 서울캠 학생에 편중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안성캠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비록 커뮤니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홍보를 위해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대박을 터뜨렸어요.”

  안성캠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던 ‘save lonely people’은 외로운 학생들의 연애를 돕기 위해 안성캠의 남녀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프로젝트였다. 커뮤니티를 홍보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던 save lonely people은 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어지자 처음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학교도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고 번듯한 동아리방까지 제공받았다. 팀원들은 의외의 성과를 올린 첫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나가기로 했다. 포스터 디자인과 카피 등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산업디자인과와 문예창작과에 찾아가 함께 일할 동료를 구했다. “다른 학과들을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함께할 학생을 찾고 있다고 했더니 다들 콧방귀를 뀌더라고요. 그래도 프로젝트에 흥미를 보이는 저학년 친구들이 있어서 2회 때부터는 더 완성도 높은 기획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save lonely people 프로젝트는 크리스마스에 외로운 사람들끼리 함께 모이자는 ‘save lonely Christmas’, 중고서적을 구제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save lonely book’ 등 다양한 기획으로 발전해나갔다. “덕분에 자신감도 커지고 학과에서 인지도가 생겨서 경영학과 학생회장도 하게 됐어요.” 치기 어린 마음으로 시작했던 창업동아리는 그에게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실무 경험이라는 값진 성과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그는 한껏 자신감을 얻고서 본격적으로 1년 반 간의 취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히키코모리의 자기소개서
  자신감을 충전한 그는 본격적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취업 준비 과정을 묻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진짜 힘들었어요.” 그는 9차 학기 동안 취업준비에 매진하며 안성캠 중앙도서관 지하 열람실에서 자기소개서 쓰기에 모든 시간을 쏟았던 당시 자신의 모습을 마치 히키코모리 같았다고 표현했다.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동안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는데 가끔 만나서 얘기하면 말이 어눌하게 나와서 ‘민주야 너 좀 변한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

  간절함을 가지고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30곳이 넘는 기업에 지원했지만 단 한 곳에서도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불합격 통보가 이어지자 넘쳐났던 자신감은 오간 데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커졌다. 그는 계속되는 불합격의 원인을 고민하던 중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제가 썼던 자기소개서에는 정작 진짜 이민주가 없더라고요. 부족한 스펙을 감추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기 급급했죠.”

  문제점을 깨달은 그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혼자 산에 오르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면접에서 나올 만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진 후 ‘진짜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계속해서 고민하니까 나중에는 모든 질문에 통일성 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자기소개서와 면접 모두에서 진정한 나를 보여 줄 수 있었죠.”

  그는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포장된 나’가 담긴 자기소개서로 운 좋게 서류전형을 통과한다고 해도 면접에서 반드시 진짜 나의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눈빛만 봐도 면접자를 파악할 줄 아는 면접관이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질 테니까요.” 그는 ‘진짜 이민주’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후에 면접관의 날 선 질문에도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었다.

 
  조급해하지 마
  수많은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후 한창 실의에 빠져있는 그에게 먼저 취업에 성공한 친구는 조급해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는 됐으니까…’. 당시에는 그 친구만큼 미운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가 후배들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조급해지면 모든 것을 ‘나’가 아니라 상황에 맞추게 돼요.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여유를 잃어버리는 거죠.”

  물론 그 역시도 현대자동차로부터 최종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흔히 ‘나는 면접에 강하니까 서류전형만 통과하면 마음이 편해지겠지’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류전형에 통과하고 면접을 앞두면 훨씬 압박감이 커지는 데도 말이죠. 입사가 확정될 때까지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요.”

  조급해하지 말라는 그의 조언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긴장을 늦추라는 말이 아니다. 모든 노력을 끝까지 기울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모든 취업 과정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를 보고,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을 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산에서 진정한 제 자신을 찾았듯이 여러분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금의 대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학교 대신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던 자신도 목표를 이뤘는데 그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는 후배들이 해내지 못할 리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후배들에 대한 과장 없는 응원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마.”

<Q&A>

Q1. 회사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현대자동차는 ‘불도저’라든지 ‘하면 된다’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느껴지는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진취적이고 긍정적이에요.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하든 ‘이건 잘 안될 것 같다’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죠. 새로운 일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무조건 일단 하자’, ‘하면 된다’, ‘해보자’라는 자세로 대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현대자동차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Q2. 미리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을 준비해두려고 해요. 많은 대외활동 중 어떤 활동이 도움될지 모르겠는데 추천해주세요.
A. 사실 대외활동을 위한 대외활동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기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의 공모전에서 입상한다면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단순히 대외활동의 양만 늘리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기업에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운영하는 대학생 활동이 많으니까요.
 
Q3. 다른 사람들은 취업정보를 잘만 구하던데 저는 왜 이렇게 정보를 얻기 힘든 걸까요. 선배님은 어디서 취업정보를 얻으셨나요?
A. 저는 실무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찾아갔어요. 현대자동차에서 주최하는 잡페어가 대표적이죠. 실무자를 만나게 되면 꼭 연락처를 받고 연락을 드렸어요. 한번은 현대모비스에 근무하시는 대리님의 연락처를 얻어 그분에게 입사와 관련된 궁금한 부분을 자주 묻기도 했어요. 큰 도움이 됐죠.
 
Q4. 선배님께서 근무하시는 ‘서비스사업부’는 다소 생소해요.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A. 서비스사업부는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그 시점부터 중고차로 내놓는 때까지 모든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에요. 전국에 있는 23개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와 1400여 개의 블루핸즈 사업장을 관리합니다. 저는 서비스사업부 내 서비스지원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후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과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관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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