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학생회, 일반학생 등 다양한 주체가 아이디어 발휘
교재구매비용 절감하고 불법제본 줄이는 데 도움될 것
 
한 학기당 20만 원을 호가하는 교재 구매비용. 불법으로 서적을 복제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까. 최근 대학교재 구매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의 여러 주체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무료 전자책 보급 운동 ▲선후배 간 교재거래행사 ▲책 기증 사업 등이 그 사례다.

무료 전자북 보급 운동
  빅북(Big Book) 운동은 도서형 교과서를 멀리하고 교재 구매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부산대 조영복 경영대학장(경영학과 교수)이 고안했다. 빅북 운동은 대학 교수나 전문가가 저술한 교재의 저작권이 기증되면 이를 전자책 형태로 보급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빅북 운동의 일차적 목적은 교수와 저자들이 협력해 실시간으로 전자책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식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영복 경영대학장은 지난 2013년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현재 조영복 경영대학장을 포함한 6명의 운영진과 48명의 교수가 빅북 운동에 참여한 상태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경영학,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등 다양한 기초학문의 대학교재뿐만 아니라 전문서적과 일반서적 또한 공유돼 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서적을 검색한 뒤 ‘PDF’, ‘ePub’, ‘XML’ 중에서 원하는 형식의 파일을 선택하면 개인 컴퓨터에 소장할 수 있다.

  조영복 교수는 대학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덜어줄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불법 제본을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책 물려받기 사업 등 자치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빅북 운동은 대학교재를 불법으로 복제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학이나 교수들이 공유 교과서 운동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회, 교재비 부담 감소 위해 앞장서
  경희대에서는 학생들의 교재 구매 부담을 덜기 위해 교양대학 학생회인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생위원회와 총학생회가 함께 나섰다. 지난 2013학년도부터 교재구매비가 부담된다는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에 전달했다. 또한 대학본부와의 논의를 거쳐 필수 교양과목인 ‘중핵교과’의 반값쿠폰 배부 사업을 진행했다. 반값쿠폰은 경희대 교양대학에 위치한 ‘총학생회존’에서 이뤄지며 해당학기에 중핵교과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이 받는다.

  중핵교과는 필수 교양과목이기 때문에 교재를 준비해야 하지만 교재비가 비교적 비싸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반값 쿠폰 배부 사업으로 부담을 반으로 줄이게 됐다. 경희대 금혜영 집행부 사무국장(아동가족학과 4)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4년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인문대 학생회가 위치한 203관(서라벌홀) 707호는 상시 열려있다. 선배가 사용하지 않는 교재를 후배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중고책을 부탁해’ 행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부터 오늘(7일)까지 서적을 수거하고 오는 8일부터 203관 7층 로비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수거된 책은 보존 상태에 따라 S+, S, A, B, C 등 5개의 등급으로 분류돼 가격이 매겨진다. 인문대 학생회 집행부는 책의 가격을 책정하는 시간과 장소를 공개해 학생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탁우 인문대 학생회장(국어국문학과 4)은 “등급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매겨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 참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문대 학생회는 학생들의 전공·교양 서적에 대한 구매 부담을 줄이고자 행사를 기획했다. 우탁우 인문대 학생회장(국어국문학과 4)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개별적인 수단으로 책을 물려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학생회가 중개자로 나서서 책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대 학생회는 ‘중고책을 부탁해’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우탁우 인문대 학생회장은 “교재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하더라도 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여사업으로 줄어드는 책 구매 부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는 학생의 아이디어로 출발한 ‘책 두레 사업’이 학술정보관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 책 두레 사업은 선배들이 기증한 책을 후배들이 빌려볼 수 있도록 기증된 책을 관리하고 대여해주는 사업이다. 최초의 기획자는 이찬영 학생(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을 포함한 3명의 학생들이다.

  책 두레 사업이 기획된 이유는 교재 구매비로 부담을 느낀 이찬영 학생의 개인적 경험 때문이었다. 이찬영 학생은 “비싼 돈을 주고 전공서적을 구매해도 학기말이면 보지 않거나 버려지는 게 대부분이다”며 “책이 필요 없어진 선배와 책이 필요한 후배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찬영 학생은 창업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이태윤씨(한양대 졸업), 강현구씨(한양대 졸업) 학생과 책 두레 사업의 시험판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를 학술정보관에 제안했다. 학술정보관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14년부터 책 두레 사업을 관리하고 서적을 기증받아 대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여권 가량의 책이 기증됐으며 책 두레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에 등록된 책을 확인할 수 있다. 책 두레 사업 담당자 서성희 사서는 “책 기증은 상시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종강한 이후나 졸업시즌에 많은 책이 기증된다”고 말했다.

  책 두레 사업은 책을 지속적으로 모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책 두레를 통해 도서을 대여하려면 책 한 권을 기증해야 한다. 기증을 하면 1년 동안 최대 두 권의 책을 빌려볼 수 있다. 두 권 이상의 책을 빌리고 싶다면 다시 한권의 기증으로 가능하다.

  이찬영 학생은 책 두레 사업이 무단제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책 두레 사업이 합법적이면서도 선후배 간에 관계도 돈독해지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책 두레와 비슷한 취지의 사업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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