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넘는 학생이 수업교재 제본해
대다수 학생, 전공서적 “너무 비싸”
10명중 7명, “교재제본이 불법인 것 안다”
대안 제시 없는 단속은 미봉책일 뿐
 
학생들은 교재를 허가 없이 제본하는 것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들이 직접 말하는 불법 제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대신문은 중앙인 101명을 대상으로 ‘대학 내 지적재산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다수, 교재 제본한 적 있어
  응답자의 대부분은 제본한 경험이 있었다. 설문에 응한 101명 중 66명(약 65.3%)이 ‘수업교재(전공·교양서적)를 제본해서 사용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한 학기에 1~3권 정도의 책을 제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기에 최대 몇 권을 제본해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 권’이라는 답변이 약 43.9%(29명)로 가장 많았고 ‘한 권’이 약 33.3%(22명), ‘세 권’이 약 18.2%(12명)로 그 뒤를 이었다.

  ‘교재의 정가와 비교했을 때 몇 퍼센트 정도 인하된 가격에 제본을 구입했느냐’는 질문에는 ‘30%~50%’ 정도의 비용이 절감됐다는 답변이 약 37.9%(25명)로 가장 많았다. ‘50%~70%’는 약 28.8%(19명), ‘10%~ 30%’는 약 19.7%(13명)였다.
 
학생들, “전공서적 과도하게 비싸”
  학생들이 비슷한 시기에 제본을 위해 복사 업체를 찾는다 해도 그 이유는 다양했다. ‘제본을 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중복응답)에는 ‘책값이 너무 비싸서’란 답변이 약 71.2%(47명)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제본 경험의 여부와 관계없이 약 89.1%(90명)의 학생이 ‘대학수업에 사용되는 교재의 가격이 비싼 편이다’고 답변했다. 그 중에서 ‘매우 비싸다’가 약 50.5%(51명)를 ‘조금 비싸다’는 의견이 약 38.6%(39명)를 차지했다. 강리라 학생(심리학과 4)은 “일반적으로 대학교재 세 권을 살 경우 십 만원이 넘어간다”며 “대학생들에겐 교재구입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격 외에 다른 요인도 있어
  ‘제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약 36.4%(24명)의 학생들은 ‘수업교재가 애초에 제본이어서’라고 답변했다. 홍성은 학생(심리학과 4)은 “수업에서 사용하는 강의 주교재가 시중에서 판매하지 않는 절판된 책으로 정해져 있어 애초에 재본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약 31.8%(21명)의 학생들은 ‘교재를 정가로 구입해도 해당 수업이 끝나면 책이 필요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제본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업에서 전 범위를 활용하지 않아 교재를 구입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제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책 중에서 필요한 페이지만 편집해 볼 수 있어서’라고 대답한 학생은 약 22.7%(15명)로 높은 편이었다. 김태규 학생(식물시스템과학전공 3)은 “보통 한 학기에 책을 다 못 보는 경우가 많다”며 “책의 전 범위를 보지 않는데도 4~5만원 하는 교재를 사는 것은 비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 병행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재 제본이 위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행법상 서적을 제본해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법 제30조에 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3%(74명)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5일 대학교재를 불법 복제하는 행위를 인쇄업소를 집중 단속해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복제물 단속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불법 제본을 단속·규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한 응답자는 “단속뿐만 아니라 대학생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불법 제본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김누리 학생은 “단속도 좋지만 그에 뒤따르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도서관에 마련된 서적으로는 부족하므로 전자책이 확대돼 전자도서관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리라 학생은 “학교나 정부가 나서서 전공서적을 공동구매하거나 중고책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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