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를 볼 때면 늘 가슴 아프게 하는 교양 과목이 하나 있습니다. 1학년 때 수강했던 과목인데 ‘C+’라고 당당히 쓰여 있죠. 재수강을 위해 수강신청 기간에 동일과목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동일대체과목조회를 통해서야 재수강해야 하는 다른 과목을 찾아냈죠.

  기존에 들었던 수업을 재수강하기 위해서는 대체 과목도 모자라 대체의 대체 과목을 찾아야 할 정도로 교양커리큘럼은 지속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2009년 이래로 총 6번의 변화에 따라 공통교양 과목 역시 바뀌어왔는데요. 이로 인해 허탈해진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ENGLISH2>에서 바뀐 <English skills for career Deve-lopment>란 과목은 올해 사라졌습니다. 특히 서울캠과 달리 해당과목을 1학년 때 의무 수강해야 했던 안성캠 학생들은 이유 없이 <ENGLISH1>을 포함한 영어수업을 일 년 동안 두 번 들어야 했죠.

  올해 교양커리큘럼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공통교양 과목이 또 생겼습니다. 공통교양에 <컴퓨팅적사고와문제해결>이 새롭게 신설된 거죠. 교양학부대학 교학지원팀 김재근 팀장은 “대학을 포함한 전 교육과정에서 컴퓨터에 관한 체계적인 수업을 하라는 것이 교육부의 권고사항이다”며 “중앙대도 이를 따르기 위해 해당 과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과목의 신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에 선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죠.

  핵심교양의 경우 지난해 분류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핵심교양은 유네스코 4대 핵심가치에 따라 ▲토대기반 ▲존재구축 ▲소통융합 ▲실천으로 분류됐죠. 해당 분류법은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의 선정을 위한 목적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또한 지난 2014년까지 있었던 4번의 분류법 변경이 학문단위별로 편성된 것에 비하면 당시에 변화는 파격적인 분류법이었죠.

  올해 핵심교양의 분류법은 또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4개 영역에서 5개 영역으로 변경된 것이죠. 5개 영역은 ▲도전 ▲창의 ▲융합 ▲신뢰 ▲소통입니다. 이번엔 어떤 이유일까요? 김재근 팀장은 “유네스코 4대 분류법은 세계 유명대학들이 인류를 위한 교양 과목 개발을 위해 만든 분류법이다”며 “하지만 중앙대만의 특색이 없어 예술, 문화 등 특색 있는 학과가 많은 점을 반영해 이번 분류법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기존의 4개 영역별 각 1과목을 이수해야 했던 15학번 학생은 이수했던 영역이 그대로 인정되고 앞으로는 분류법에 따라 바뀐 5개 영역에서 추가적으로 이수를 하면 됩니다. 실질적으로 큰 불이익을 당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학생들은 수강신청 당시 적지 않은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내가 들었던 기존 과목은 어떤 영역이고 앞으로 어떤 영역의 핵심교양 과목을 더 들어야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죠.

  핵심교양의 많은 변화 때문일까요? 입학 학번에 따라 각자의 교양커리큘럼을 따라가던 것들이 모두 통합돼 현재는 03~14학번 학생은 영역에 상관없이 핵심교양이면 3과목을 들으면 되도록 바뀌었습니다. 당시 6개 영역 중 5개 영역을 각 1개씩 들어야했던 11학번 학생들 중 아직 3개 이하의 교양과목을 들었던 학생들 입장에선 교양과목을 덜 들어도 되니 좋은 조치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복수·연계·융합전공 할 것을 대비해 미리 핵심교양을 다 들어놓은 학생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저를 미궁 속으로 빠지게 했던 과목은 <언어와표현>이라는 공통교양 과목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글쓰기2>로 바뀌고, 지난 2012년 다시 <글쓰기>로 통합됐죠. 저는 재수강생만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글쓰기2>를 들어야했습니다. 이번 수강신청에서 저처럼 당황하셨던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매번 바뀌는 교양커리큘럼. 자칫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다들 미궁을 탈출할 테세우스의 실타래는 준비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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