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일상다반사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이곤 하죠. 이번학기 중대신문 문화부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화다반사’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문화가 색다르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사치란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며 소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식사는 간단한 밥 버거로 때우지만 디저트만큼은 비싼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로 챙겨 먹는 것도 작은 사치의 일종이죠. 이렇듯 작은 사치는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번주 문화다반사에서는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불어넣어 주는 20대의 작은 사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문화 프리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항상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긴 휴식과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들이 눈길을 돌린 곳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조금 사치스러운 듯해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는 이미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20대들의 작은 사치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대 남녀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래 작은 사치는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불황형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김민정 교수(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또한 큰 사치를 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큰 집을 사고 싶더라도 경제적 조건 등으로 인해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집을 좀 더 예쁘게 꾸미는 것에 집중합니다. 사람들이 큰 사치에서 작은 사치로 눈을 돌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많은 돈을 들여 가치를 소비하는 대신 자신의 가용 범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소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20대들에게 작은 사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20대는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그 속에서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사치를 통해 현재의 일상적인 행복을 획득하려는 전략인 셈이죠.” 안혜정 강사(심리학과)는 작은 사치가 아직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제한된 자원 내에서 높은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대에게 작은 사치를 소비하는 이유를 묻자 두 가지의 답변이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다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답변과 ‘자신의 외적, 내적인 부분에 투자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약 46.7%, 약 45.7%를 차지했다.

  그중 한 응답자는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 작은 사치를 소비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민정 교수는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사치가 보상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요즘 20대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자기 자신에게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작은 사치를 단순히 경기 불황에 의한 소비 형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0대가 누리는 작은 행복
작은 사치에도 의미가 필요해

  ‘평소 소비하는 작은 사치로는 무엇이 있느냐(중복응답)’는 질문에 가장 많은 여성들이 꼽은 답변은 ‘화장품’(약 62.3%)이었다. ‘커피 및 디저트류’가 약 60.9%로 그 뒤를 이었고 ‘패션 관련 소품’이 약 59.4%로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떤 응답을 골랐을까.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은 ‘여가 및 문화생활’(약 61.1%)이었으며 그 뒤를 각각 ‘패션 관련 소품’(약 36.1%), ‘커피 및 디저트류’(약 33.3%)가 이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자신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을 주로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혜정 강사는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접근성의 문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든 사람들에겐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일시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항목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중복 응답률이다. 여성은 평균 약 3.02개를 고른 반면 남성은 평균 약 1.77개를 선택했다. 여성이 좀 더 많은 분야에서 작은 사치를 소비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정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듯이 작은 사치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여자들의 경우엔 조금 더 다양한 편입니다. 남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IT 기기 등에 있는 반면 여자들의 관심사는 미용, 옷 등으로 분산돼 있으니까요. 실제로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다양한 분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안혜정 강사는 20대의 작은 사치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작은 사치에도 의미가 부여된다면 일시적이고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진정한 행복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다양한 작은 사치들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내게 더 의미가 있고 좋은 것인지를 따져보고 의미 없는 것들을 가려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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