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들려오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의 가사처럼 봄바람이 휘날리는 계절 봄이 왔다. 봄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을 준다. 중앙대 캠퍼스 역시 신입생들의 낭만과 이들을 맞이할 선배들의 설렘으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9.5%의 청년 실업률’, ‘문송합니다’, ‘헬조선’ 등과 같은 단어들을 보자면 현실은 캠퍼스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끝일 거라고 생각했던 무한경쟁의 굴레는 대학에도 어김없이 존재한다. 중앙대는 학점거품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15학번부터 재수강을 3회까지로 제한했다. 학생들은 암암리에 필수가 되어버린 학점관리를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다. 사회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나?’라는 유병재의 어록이 오늘날 우리를 대변한다.

그래서인지 학점관리, 대외활동과 같은 정량적인 스펙 쌓기는 저학년 때부터 필수가 되었다. 많은 학생의 관심사는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되었고 일찌감치 토익학원을 등록하며 방학 동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또한 이제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해진 듯하다. 더 이상 진지함을 갖춘 논쟁은 오가지 않는다. 진지한 태도가 필요한 사안에도 깊은 생각은 남지 않고 ‘진지충’이라는 비아냥거림만 남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교도 이제는 ‘취업학원’이라 비판받는다.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분야임에도 ‘취업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인문‧예술 분야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와 대학 본부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기초학문은 경시된 채 무분별한 융‧복합만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런 풍조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나 역시 이제는 ‘1학년 때는 놀아야지’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신입생들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아’라고 한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꿈꿔왔던 이상이 아닌 서글픈 현실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나뿐만이 아닌 요즘 대학생들 모두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참 아쉽다.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학생들의 가슴 속에는 벌써 힘든 현실이 가득하다. 나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철학과의 모 교수님께서 하신 ‘대학 생활 4년 동안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알고 졸업하면 성공한 것이다’라는 말에 감명받았다. 정량적인 스펙 쌓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먼저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것이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발버둥인지 진정 ‘나’를 위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보람찬 대학생활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철원 학생
(철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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