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사이언스북스 펴냄)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사회는 본능적으로 협동을 추구하는 인간 유전자의 10억 년에 걸친 응집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ICT의 급속한 발달로 간주관적이고 다층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명쾌한 절충점을 끌어내기란 갈수록 쉽지 않아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진한 유대감을 갖는 가족조차도 부모, 자식, 형제, 부부 등 다양한 관계 구성에 따라 많은 갈등을 겪는 현실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호혜주의의 긴 역사를 통해 갈등 상황에서 협력하며 오늘날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대학에도 많은 주체가 존재한다. 크게 교수, 직원, 학생이다. 그리고 이 세 주체는 다양한 작은 주체들로 분류된다. 교수와 직원은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어 이해관계가 생기며 학생 또한 그들이 속해 있는 학과나 전공에 따라 다른 이해의 관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중앙대의 발전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응집된 각 주체의 다른 관점에 따라 다양한 ‘우리 대학의 발전상’으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최대한 협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앙대가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성장할 길이다.
 
  필자는 중앙대에서 학생, 직원, 교수 세 주체의 관점을 모두 경험하였다. 이런 필자의 관점에서 조금이나마 중앙대의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몇 마디를 보태고자 한다. 지난해 중앙대는 내우외환의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 또한 다양한 주체들의 ‘우리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중앙대보다 우리 대학에 집중한 특정 주체들은 지금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중앙대의 발전을 위하여 우리 대학의 관점에서 벌어진 과거에 투영된 소모적인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 대학도 중앙대의 발전을 위한 다르긴 하지만 틀리지만은 않은 한 관점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학문 공동체인 대학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각 주체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꼭 지켜져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남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남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여 나의 이해와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특정 주체의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는 우리 대학의 발전상을 주장할 때 중앙대의 발전상은 존재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특히 어려운 시기에 중앙대의 각 주체가 우리 대학의 관점을 더욱  확장하여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이해의 선율’이 공진하는 진정한 통섭이라 할 수 있다. 중앙대는 우리 대학이지만 특정 주체만의 우리 대학이 아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중앙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중범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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