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에 베스트 셀러는 없었다
  • 최승민 기자
  • 승인 2015.12.08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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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이 나오는 것을 꿈꾸곤 합니다. 자서전, 회고록, 성공담 등 책을 낸다는 것은 곧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성공하지 않아도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출판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소소한 일상은 물론 웃음을 자아내는 엉뚱한 취미까지. 기획부터 출판, 배송까지 모두 개인이 해내는 ‘독립출판’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독립출판을 통해 세 얼간이도 직접 책을 만들어 봤습니다. 학기 초부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책 제작을 드디어 시작한 것이죠. ‘여행’을 주제로 방학 중 진행됐던 ‘자전거 국토종주’와 ‘무전여행’의 추억을 담은 사진집을 만들어봤는데요. 한 학기의 결실을 맺는 뜻깊은 일이었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독립출판,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면 그 매력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겁니다. 자 그럼 천천히 책을 넘겨보실까요?
 
▲ 책꽂이를 가득 메운 책의 모습이 여느 책방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독립출판 서점 ‘더북소사이어티’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독특한 독립출판물이 취급되고 있다.
 

· 문화돋보기

 
저마다의 특색이 담긴 서점
작가의 개성이 담긴 서적

약육강식의 논리는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마음의 양식’을 파는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책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겸비한 대형 서점이 곳곳에 입점하면서 소형 서점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약자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법.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소형 서점은 ‘독립출판물’이라는 불쏘시개를 끌어안고 다시 한 번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에 대적하기 위해 틀에 박히지 않은 아주 특별한 책이 동네 서점의 책장에 들어섰다.


독립출판이란 표현 방식과 내용에 제약 없이 작가가 원하는 형태로 책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모든 것을 오로지 작가 스스로 진행한다. 진입장벽이 낮아 독립출판에 도전하는 사람의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 이에 발맞춰 독립출판 서점 수 또한 늘어 2014년 10여개였던 것이 현재는 서울에만 40여개, 전국적으로 60여개가 들어설 정도다.


▲ 독립출판을 위해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 북소사
독립출판 서점의 수만큼 각각의 서점이 보여주는 모습은 다양하다. 2010년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더북소사이어티(북소사)’는 예술가들의 표현을 위한 공간으로 시작했다. 북소사 정아람 매니저는 “초창기에는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예술 분야의 서적을 유통하기 위해 서점을 열었다”며 “현재는 영역을 확장해 구하기 어려운 책뿐만 아니라 독립출판물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출판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북소사는 지난 9,10월 매주 토요일 영업종료 후 ‘야작타임’을 운영해 책의 내용과 각자 작성한 독립출판 계획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히 책에 대한 토론을 넘어 독자가 작가를 꿈꾸는, 독립출판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인 것이다.
 
 
▲ 독립출판에서는 일기도 훌륭한 콘텐츠다. 사진제공 짐프리
북소사의 시발점이 예술이었다면 ‘짐프리 독립출판서점 홍대짐보관소(짐프리)’는 여행이었다. 독립출판과 여행서적을 좋아하던 이진곤 대표가 여행자를 위한 서점을 만든 것이다. “짐프리는 독립출판과 여행서적을 판매하고 있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에요. 책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워크숍을 열고 소통을 하고 있죠.” 여행서적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여행자를 위해 짐을 보관해주고 외국인들에게 여행안내를 제공하는 짐프리. 서점을 넘어 문화공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짐프리 관계자는 독립출판 문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성숙한 자화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한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작고 사소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세일 교수(서강대 사회학과)는 “독립출판은 어떻게 하면 잘 팔릴 수 있을지만 따지는 일반 출판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며 “비제도권 문화인 개인의 생애, 구술, 일상이 기록된다는 점이 독립출판의 가치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립출판과 관련된 행사가 열리고 새로운 독립출판물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아람 매니저는 “개인의 개성이 책에 묻어난다는 점에서 독립출판은 매력적이지만 출판사에 위탁하지 않고 개인이 출간하는 경우 디자인이나 구성 면에서 엉성할 수 있다”며 “독립출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금 서툴더라도 진정한 자신의 표현을 담으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1인 1책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가 보일 것이다. 독립출판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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