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사에는 잊고 싶은 것들과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공존한다. 한 개인의 역사가 그러하고 한 조직의 역사가 그렇다. 어제의 상흔을 오늘의 흉터로 남기고, 어제의 업적을 오늘의 명성으로 세우며 쌓아 온 중앙대 98년의 역사 역시 그러하다.

  ‘100년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는 향후 100년을 어떤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흉터이든 명성이든 직시하고, 기록하고, 기억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과거는 언제나 현재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100주년 사업의 100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난 몇 년간 발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으로서 중앙대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과정은 과거의 기억과 흔적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듯 날랬고, 과격하다는 비판을 살 만큼 조급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전 세대와 현 세대를 이어 줄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할매 동산’이나 ‘상아탑’이 있던 자리가 낯선 것들로 채워지면서, 기억을 공유할 만한 유산들이 크게 줄었다. 모처럼 교정을 찾은 동문은 모교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 역시 ‘100년사 편찬’ 작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중앙대의 100년사를 복기한 그 기록에 조급했던 ‘그제의 상흔’이 담겼으면 좋겠다. 정의를 위해 피 흘리며 싸웠던 ‘어제의 명예’가 담겼으면 좋겠다. 새로운 100년을 위한 ‘내일의 대학’이 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가 함께 기억할 ‘오늘의 풍경’이 담겼으면 좋겠다. 그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을 100년사 편찬위에게 심심(甚深)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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