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
능력의 평등을 추구하다

천재와 범재에게 같은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과연 평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자원의 절대량과 관계없이 동등한 효용을 느끼는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평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110호에서 ‘2015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 금요콜로키엄 중앙 게르마니아’의 마지막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는 신정완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가 아마르티아 센의 『불평등의 재검토』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평등주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했다.

▲ 신정완 교수가 센의 능력 평등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등의 대상은 무엇인가?
『불평등의 재검토』에서 말하는 평등의 개념은 정치철학과 관계가 깊다. 정치철학은 인간의 평등을 필수적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철학은 ‘왜 평등해야 하는가’보다 ‘평등의 대상이 무엇인가’를 그 핵심 쟁점으로 다룬다.

저자는 평등의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의 다양성’에 집중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불평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등의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보편적 설득력을 느낄 수 있는 균등한 잣대가 세워져야 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평등의 대상을 규정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의 평등주의가 논의돼 왔다. 기존에 논의된 주요 평등주의에는 ‘복지 평등주의’와 ‘자원 평등주의’가 있으며 가장 최근에 등장한 센의 ‘능력 평등주의’가 현재 평등의 개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복지 평등주의와 자원 평등주의
복지 평등주의는 개인의 심리상태나 만족을 평등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실제로 누가 더 만족감을 느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며 개인의 선호가 일관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만약 빈민촌에 사는 사람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복지 평등주의적 관점에서는 그의 삶의 만족도가 이미 충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평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 삶이 아닌 단지 개인의 심리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정치철학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다음으로는 자원을 평등의 대상으로 보는 ‘자원 평등주의’의 관점이 있다. 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자원을 제공해 자원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센은 자원의 평등을 어느 범위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모호하며 같은 자원을 가지고 발휘할 수 있는 능력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원 평등주의는 신체적·지적·환경적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능력의 차이를 고려할 수 없다.

센이 말하는 능력 평등주의란
센은 위와 같은 관점들을 대신하기 위해 ‘능력 평등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능력 평등주의란 평등의 기준을 ‘능력’에 두고 각자의 기능수행 가능 여부에 그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센에 의하면 능력은 실제로 달성한 업적이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수행 능력이 보장되어도 실제 달성까지 이어지는가는 개인 선택의 영역이다. 예컨대 가난해서 굶는 것과 단식을 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자유가 없는 상태지만 후자는 자유를 행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센의 접근법의 의의
평등의 대상으로서 복지와 자원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판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복지 평등주의는 개인의 심리상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객관화될 수 없고 자원 평등주의는 같은 자원을 제공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효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능력 평등주의는 이러한 두 관점의 평등주의의 한계점을 보완한다.

능력 평등주의의 한계
하지만 신정완 교수는 센의 능력 평등주의 접근법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로 중증 장애인처럼 능력 향상이 어려운 점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정상인과의 능력 격차를 줄여주기 위해선 한정된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본적 능력을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문제다. 능력 평등주의는 각자 상이한 개인들이 처한 상태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 예를 들어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러한 능력을 비교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신정완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능력 평등주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정완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복지를 포기해가면서 능력 향상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 능력 평등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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