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이라 말하고, 난 폭력이라 듣는다
  • 박민지 기자
  • 승인 2015.12.07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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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와 폭력. 한쪽은 호감을, 또 한쪽은 적대감을 명백히 내포하는 두 단어지만, 요즘 이 두 단어가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돌연 폭력과 상처로 얼룩져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인 릴케는 ‘사랑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무엇’이라 정의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벗어나고 싶은 쇠사슬’로 변한지 오래입니다. 연인간의 ‘데이트 폭력’이 빈번한 요즘, 이번주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 일러스트 전은빈씨

 민지: 안녕하세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장 박민지입니다. 국어국문학과 4학년이에요. 마지막 국제면 인터뷰를 맡게 되었어요.

따 옥따마야 : 반갑습니다.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디따 옥따마야라고해요.
자트: 또 만났네요. 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니자트입니다. 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여기가 ‘지옥.’ 악마는 도처에 있다
: 최근 뉴스 보셨어요? 모 대학원의 남학생이 교제중인 여학생을 4시간 동안 감금하고 신체적 폭력을 가한 것이 큰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데이트 폭력은 서로 교제하는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 또는 위협을 말해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 폭력도 해당되죠. 이번 사건, 어떻게 보셨나요?
: 관련 기사를 뉴스로 접했어요. 다툼이 거의 없는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드문 일이라 충격 받았죠.
: 인도네시아에서도 얼마 전에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 연인 간의 폭력이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가해자가 곧 의사가 될 학생이라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말은 더 이해되지 않았죠.
: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가해 학생의 제적이 결정됐다고 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일이 있는 편인가요?
: 종종 있어요. 비슷한 일을 당한 친구가 제 주변에도 있고요. 데이트 폭력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폭력의 뿌리는 곳곳에
: 각국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다툼이 잦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고 배우잖아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자존감도 낮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자신을 과시하려는 수단으로 연인에게 폭력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공격적인 태도로 자신을 좀 더 증명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서요.
: 맞아요. 실제로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도 공신력을 얻고 있는 이론이죠.
: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가정에서 곱게 자란 사람이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보았거든요. 데이트 폭력을 당한 제 친구의 남자친구도 행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장남이었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자랐는지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적질을 하곤 했죠. 결국 둘은 헤어졌어요.
: 그렇군요. 그렇다면 개인의 폭력성을 부추기는 다른 원인은 없을까요.
: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을 무시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박: 예리한 지적이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남성 폭력의 원인을 한국 고유의 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해요. 과거 여성을 경시하던 가부장적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죠.
: 영향은 일부 받았겠지만, 저는 그런 문화가 전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행하는 폭력을 부추긴다고 보지는 않아요.
: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요. 브라운관에서 남성에 의해 여성이 벽으로 밀쳐지거나 강압적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잖아요.
: 네. 저는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거북스러웠어요. 꼭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 저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의해 개인의 폭력성이 좌지우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폭력성의 발생배경에는 개인의 성장배경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죠.

폭력의 범주에 열외는 없어
: 그렇다면 여러분 주변에는 데이트 폭력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 저는 데이트 폭력을 당할 뻔한 적이 있어요. 남자친구가 저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는데 그때는 그것이 폭력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죠.
: 생각해보면 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을 당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네요. 데이트 폭력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평소에 욕을 많이 하는 연인에게 욕을 들었다면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평소에 욕을 잘 하지 않던 연인에게 욕을 들으면 바로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요.
: 맞아요. 욕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멍청이’라는 한국말에 상처받았던 적이 있거든요. 연인이 아닌 사람에게 들어도 기분이 나쁜데 실제 연인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요. 심지어 수위가 센 욕이면 더 빈정 상하겠죠.
: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여성이 교제하고 있는 남성에게 심한 말과 폭력을 행사해도 그냥 우습게 웃어넘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연인관계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 공감해요. 여성이 남성에게 행하는 폭력은 미화되는 것 같더라고요. 미국 예능을 보다가 충격 받은 적이 있어요. 한 여성이 자신과 교제하고 있는 남성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었는데 관객들은 이 광경을 보고 막 웃었죠. 그 때 사회자가 결정적 한마디를 했어요. ‘웃을 일이 아니에요. 지금 이 남성은 여성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는 거예요’라고요.
: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폭력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맞아요. 성별이나 폭력의 수위를 막론하고 당하는 사람이 거북함과 슬픔을 느낀다면 곧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는 것 같네요.
: 네.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저도 상대에게 폭력을 가했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 때문에 못 헤어진다고?
: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속한다고 해요. 각국에서는 이에 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데이트 폭력은 여성 피해자가 많다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할게요. 여성은 사실 모성애와 동정심이 강한 편이잖아요. 사랑하는 남성의 허물까지도 자신이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없잖아요. 함께 있다 보면 그 사람의 사랑 방식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되고. 그냥 정이 들어 버리는 것 같아요.
: 오랜 시간 만난 사람을 단번에 내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폭력이 가해진 이상 연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죠. 상대에게 상처받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한국 여성들은 자존심이 센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에요. 폭력을 당한 상황에서도 상대 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 하다니.
: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떠올려보아야 할 것 같아요. 미운 정은 사랑이 아니니까요.
: 동감해요. 단순한 ‘정’만으로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연장시킬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랑하니까 지켜야 하는 것들
박: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결국 이별이 답인 걸까요?
: 저는 데이트 폭력이 일어나지 않게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치료를 통해 상대방의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잖아요.
: 치료는 일시적인 거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폭력성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 저는 이런 경우 이별이 답인 것 같아요. 결점을 묵과하고 결혼을 한다 해도 나중에 태어날 자녀들에게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요. 부모님이 자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똑같이 폭력에 노출되고,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아요.
: 예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캐나다에서는 연인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 그런 법은 좋은 것 같아요. 사귀고 나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뒤 어떤 폭력을 당할지 모르잖아요.
박: 맞아요. 요즘은 ‘안전 이별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대요. 스토킹당하지 않고, 얻어맞지도 않고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며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서요.
: 안전 이별법이 이제 생존의 기술이 된 건가요? 좀 씁쓸하네요.
: 스스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고 연인에게도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점을 늘 상기하면 좋겠네요.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나 좋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람들이니까요.
: 맞아요.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죠. 데이트 폭력은 명백한 범죄이며 가해자는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모두 건강하게 사랑하시길 바라요.

 
디따 옥따마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1차, 인도네시아)
이번학기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이론이 가장 어려웠다는 그녀. 친절한 교수님의 설명에도 결국 학기 내내 복습과 예습을 반복해야 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1년 반 동안 보지 못한 어머니를 만난다고 한다.
■니자트
(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아제르바이잔)
방학이 시작되면 그는 한국에서 며칠 여행을 하고 고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기말고사가 레포트로 대체되어 현재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렇지만 레포트 준비가 잘 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서경현 교수가 말하는 위험한 데이트를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사람
연인의 행동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
타인을 원망하거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 사람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
술이나 기타 약물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사람
연애에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거나 부모간의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사람
너무 빨리 스킨쉽을 요구하거나 성관계를 강요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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