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카스트 제도’가 존재한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수저계급론’이 존재한다. 수저계급론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금수저 > 은수저 > 동수저 > 흙수저 순으로 자녀의 계급을 나누는 것이다. 이는 ‘금수저, 혹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서양의 관용어에서 유래되어 현재 한국의 계급체계를 그리는 신조어를 뜻한다. 수저계급론에 이어 자신이 흙수저인지 아닌지를 판별해보는 흙수저 빙고 게임도 함께 유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헬조선(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의 신조어)’ 같은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신조어들은 대한민국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과 청년 실업으로 인해 부모세대에서 유행하던 말인 ‘개천에서 용 난다’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구절이 있다.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조항은 이상적으로 보이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되면서 계층 간의 불평등이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흙수저도 견디고 노력하면 잘 된다’며 불평등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재화가 소수계층에 편중되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가속,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계층간의 불평등도 당연시 되어 가는 실정이다.
 
  단편적인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 이동수단의 기초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기존 계층보다 더 높은 계층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기회마저 금수저들이 독점하는 현실은 교육조차 계층의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노력으로 불평등을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교육, 취업 등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연설에서 “노인이 길거리에서 얼어 죽는 것은 결국 강자들이 약자 위에 서는 경쟁 법칙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착취의 논리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부의 격차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궤변만 늘어놓지 않고 진정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불평등의 근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빈곤 탈출 의지를 교육과 기술획득을 통해 강화해야 하고 보상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치세력은 장기적인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를 점차 바꿔 나가야 한다. 사회·제도적 차원의 해결방안으로는 사회 보장 제도의 확충과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높이는 사회적 프로그램의 확대가 있다.
 
  사회 속의 개인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의 각계각층에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해결책이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저계급론의 열풍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처지를 비관하거나 체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김지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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