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도 존중하는 무지갯빛 사회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11.3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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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중앙대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피쉬’가 15년 만에 정식 동아리로 인준받았습니다. 최근 서울대에서는 선거 기간 중 커밍아웃한 김보미 학생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죠. 전 세계적으로도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현재 동성 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총 21개국입니다. 제도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까지 포함하자면 모두 35개국이죠. 그렇다면 각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떨까요.

 일러스트 전은빈
다양성을 받아들일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사회자 : 안녕하세요. 오늘 세계의 눈에서 다룰 주제는 ‘성소수자’인데요. 더욱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각자 별명을 붙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풍나무 :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온 단풍나무입니다.
과 : 저는 멕시코에서 온 사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돼지 : 저는 태국에서 온 꽃돼지예요. 반갑습니다.

내 친구는 LGBTAIQ
사회자
: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성소수자에 대해 알아보죠. 우리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을 성소수자라 칭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더 나아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Questionary)’과 ‘남녀가 한 몸인 경우(Intersexual)’, ‘성욕이 없는 무성애자(Asexual)’ 등을 성소수자에 포함시키고 있어요.
: 사회적으로 성소수자를 특별히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수인 이성애자로부터 소수를 구별하는 행위잖아요. 성정체성이 다를 뿐이지 결국 다 같은 인간인데 말이에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태국 사회는 성소수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요.
: 태국에는 특히 성소수자가 많지 않나요?
: 네. 그런 편이에요. (사진을 보여주며)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을 전환한 고등학교 친구도 있어요.
일동 : (사진을 보고) 정말 예쁜데요.
: 그렇죠? 고등학생 때만 해도 남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니까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 연예인 중에서도 트랜스젠더가 있어요.
: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은 저도 없어요.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친구가 커밍아웃했을 때도 그런가 보다 했죠.
: 저도 커밍아웃한 친구가 있어요. 하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었죠.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
사회자
: 그렇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한국 사회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 세대에 따라 다른 것 같기도 해요. 기성세대일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이죠. 심지어 그들을 불쾌하게 여기고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사회자 : 최근 서울대에서는 최초로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이 당선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인 걸까요?
: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커밍아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오빠는 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거든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집단에서 따돌림도 당하고요.
: 한국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전통적인 가치에 어긋난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수적인 가치에 따라 ‘정상’이라는 범주를 정해놓고 이를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것이죠.
: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고정관념을 깨기는 힘들어 보여요.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역할도 다르고요.
: 맞아요. 한국 사회는 다소 보수적인 것 같아요. 보통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여기죠.

소수는 설 자리가 없다
사회자
: 한국 사회가 유난히 배타적인 사회인 건가요? 성소수자에 대한 각국의 인식이 궁금해요.
: 사실 멕시코도 한국 사회와 비슷한 분위기예요.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밝힌다면 따가운 눈초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전통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멕시코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아직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상황이에요.
사회자 : 2005년 캐나다 정부는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는데요. 캐나다는 어떤가요?
: 제도로서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한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실제적인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에요. 성소수자인 자녀를 기꺼이 지지하는 부모님들도 많죠. 매년 캐나다에서는 게이 퍼레이드가 열리는데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큰 축제에요.
: 오, 그렇구나.
: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커밍아웃할 수는 있어도 가족에게까지 말하기는 아직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에요. 제 친구 중에도 또래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렸지만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한 친구들이 몇몇 있어요.
: 태국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해요. 트랜스젠더를 보며 예쁘다고 말해도 정작 자신의 자녀는 성소수자가 아니기를 바라죠.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회자 : 취업할 때나 직장 생활을 할 때 성소수자임을 밝히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나요?
: 네. 그래서 태국에서는 취업하거나 직장 생활을 할 때 성소수자임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요. 취직이 안 되거나 직장에서도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해요.
: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개방적이지만 모든 사람이 성소수자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특히 직장은 공적 영역이고 개인의 이미지는 곧 회사의 이미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아요. 
사회자 : 의외네요. 캐나다는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요.
: 성소수자로서 받는 불이익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커밍아웃하는 것은 모든 것을 감당할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무지가 혐오를 일으킨다
사회자
: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성소수자를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직 사람들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곧 소수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혐오는 왜 생겨나는 걸까요?
: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지’ 같아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해요. 만약 동성애자 부모의 밑에서 자랐다면 동성애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오해가 생길 것 같아요.
사회자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사회에 남아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 성정체성은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정해주어야 해요. 이성애자가 다수라고 해서 소수를 다수의 기준에 맞춰 재단해서는 안 되죠.
: 맞아요.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의 권리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 결국 소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사고방식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아야 해요. 최근에 남자아이가 예쁜 인형을 가지고 노는 광고를 봤어요. 이처럼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각국 알아보기

캐나다
2005년 캐나다는 세계에서 네 번째, 북미에서 첫 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매년 8월 첫째 주 일요일 밴쿠버에서는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위한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 행사가 열린다. 올해엔 약 65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멕시코
멕시코는 2009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멕시코시티를 포함해 킨타나 루, 콰일라 등 3개 주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멕시코시티 미구엘 앙겔 만세라 시장 은 ‘멕시코시티는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무지개 도시’라 선언했다.

태국
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관용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태국에서는 매년 트랜스젠더 미인대회가 열리며 태국 방콕대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교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장치는 미흡한 현실이다.

더 알아보기
매년 5월 17일은 ‘동성애 차별 반대의 날(IDAHO)’이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 분류 목록에서 제외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소수가 된 그들에게 묻다

특별 인터뷰 : 중앙대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 회장 아스토씨(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의장)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마주한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최근 정식 동아리로 승격된 중앙대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로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입지와 실제 인식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 최근 중앙대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가 총 54표 중 찬성 47표를 얻어 정식 동아리가 되었는데요. 한국 대학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입지는 어느 정도라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서울대에서 성소수자임을 밝힌 총학생회장이 당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부분의 학내 성소수자 모임이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입지가 넓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학생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고요. 하지만 몇몇 곳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성과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동아리가 정동아리로 승격된 것 또한 학생 사회가 자발적인 인준 절차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정체성은 선천적인 것이기에 이를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부분도 있기에 설득력 있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만약 성소수자라는 특질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지 말지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의 선천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성적 취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이에 다른 사람이 개입할 권리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 학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직 직접적인 차별을 맞닥뜨린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학내에서 남자 둘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게이 같다며 놀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외에도 SNS에 저희 동아리가 집단 성관계를 한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었습니다.”

- 한국 사회에서 커밍아웃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커밍아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커밍아웃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당사자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죠. 기본적인 법마저 마련되지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될 수 있으면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당부하곤 합니다.”

-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인식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성소수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오롯이 인정받고, 더는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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