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늦은 밤 205관(학생회관) 루이스홀에 모인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선거의 개표 결과, 기호 1번 ‘사이다’ 선거운동본부(선본)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서울캠 한웅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아동복지학과 4)에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당시 한웅규 중선관위원장은 “‘서울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세칙)’ 제54조 2항에 따라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됐음을 알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선관위원장의 말에 개표 화면의 ‘당선’ 표시는 무색해졌죠.
 
  개표 후 중선관위원장이 언급한 세칙 제54조 2항은 당선의 기준을 명시한 조항으로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의 득표차이는 전체 투표수의 무효표수를 초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선관위는 이번 투표 결과의 찬성표수를 해당 조항의 1위 득표수, 반대표수를 2위 득표수에 대입하고 기권표는 무효표로 판단했죠.
 
  하지만 중선관위는 재논의 끝에 이번 선거를 무산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재논의 된 선거무산 결정의 근거는 세칙 제54조 2항이 아니었습니다. 중선관위는 개표 당시 언급한 세칙 제54조 2항이 포함된 9장(개표)과 10장(당선)을 단선인 상황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죠. 대신 중선관위는 세칙 제3조 3항을 적용했습니다. 세칙 제3조 3항엔 ‘본 세칙에 없는 사항을 중선관위의 의결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죠. 중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단선으로 진행됐으며 득표율이 50%를 초과하지 못해 세칙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중선관위는 의결과정을 거쳐 선거가 무산됐음을 공고했죠.
 
  중선관위는 왜 단선투표임에도 불구하고 경선투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조항을 언급했을까요? 중선관위는 왜 이번 서울캠 총학 선거의 투표결과를 의결을 통해 판단했을까요? 바로 당시와 같은 상황에 적용할 적절한 세칙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총학 선거에 근본이 되는 세칙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부실한 세칙은 제58대 서울캠 총학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이다 선본은 경고 1회를, 함께바꿈 선본은 경고 3회를 중선관위로부터 받았죠. 투표시작 당일(24일) 기호 2번 ‘함께바꿈’ 선본이 경고 누적으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하며 서울캠 총학 선거는 사이다 선본의 단독선거로 진행됐습니다.
 
  세칙에는 중선관위가 각 후보자에게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사이다 선본이 받은 주의 2회의 징계는 모두 세칙 제36조(필요적 징계)에 따라 부과됐습니다. 룰미팅 자료나 세칙에 징계사유가 명시된 징계를 ‘필요적 징계’라고 합니다. 사이다 선본은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 룰미팅(룰미팅)’ 자료에 명시된 ‘정책 자료집’ 규정과 ‘선전물 철거’ 규정을 지키지 않아 각각 주의 1회의 징계를 받은 것이죠.
 
  반면 함께바꿈 선본에게는 필요적 징계뿐만 아니라 세칙 제35조(임의적 징계)에 따른 징계도 부과됐습니다. 임의적 징계는 세칙이나 룰미팅 자료 등에 규정돼 있지 않아 중선관위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징계를 말합니다. 함께바꿈 선본이 지난 18일에 받은 ‘유권자에 대한 향응 제공(주의 1회)’징계가 이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1700원 상당의 아메리카노 한 잔을 향응 제공으로 판단한 것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모이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한웅규 중선관위원장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는 어떠한 형태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중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주의 1회를 내렸죠.
 
  서울캠 총학 선거는 중선관위의 결정으로 선거가 다시 치러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세칙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태입니다. 또다시 현재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죠. 제58대 서울캠 총학 선거를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중선관위의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 없는 단단한 세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