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니?” 어렸을 적부터 숱하게 들은 질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유치원 때 일기장을 보면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등 다양한 꿈이 적혀있는데 말이죠. 특히나 취업이 어려운 요즘 청년들에게는 취직 그 자체가 꿈일 지도 모릅니다. 취직이 돼야 독립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취업 자체가 어려우니 대학생들은 나이 들기가 두렵기만 합니다. 내일이 되기 불안한 청춘들의 현실을 일상의 이면을 통해 만나보시죠.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나오는 구절처럼 젊은 시절의 경험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고통을 참는다 하더라도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쌓여가는 고민에 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며 다가올 미래를 애써 외면한다. 불확실한 내일이 두려워 불안에 떠는 청춘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먹구름 가득한 나의 미래
  이슬 학생(을지대 중독재활학과)이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의 환상은 얼마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부터 결혼까지 탄탄대로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학점관리부터 스펙 쌓기까지, 갓 입학한 새내기가 직면한 대학의 현실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주변에서 취업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만 같아 불안해요. 나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자책을 할 때도 있죠.”

  졸업을 앞둔 김성종 학생(경영경제대·가명)은 사회에 나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취업이 코앞에 닥쳐 뉴스에서나 듣던 취업난의 현실을 몸소 느끼니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좋은 직장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좋은 직장부터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혼은커녕 자립도 꿈꿀 수 없죠.” 졸업하기도 전, 좁은 취업문에 맞닥뜨린 그는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하다.

  주승리 학생(역사학과 4)은 학점,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일벌레지만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무섭다.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은 그는 ‘U Champ(유니세프 대학생 자원봉사단)’ 전시기획팀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모전도 2개나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뭔가를 해도 불안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답이라는 확신은 없어요. 뭐라도 해야 그나마 안심이 돼서 일을 벌이는 것이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환경도 학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한 임성현씨(22세·가명)는 ‘학벌 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잖아요.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도 원하는 직장에 다닐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했죠.” 자기소개서에 당당히 출신 학교를 적을 자신이 없었던 그는 결국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타대로의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졸업해서 취업하지 못하는 형들을 보면 취미생활이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해요. ‘N포세대’나 ‘니트족’ 같은 용어가 더는 남 일 같지 않죠.” 졸업을 목전에 둔 이철원 학생(성균관대 경제학과)은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는 물론 시험 준비까지 병행하느라 1분 1초가 아쉽다. 같이 공부한 주변 사람이 기업 입사 시험에 떨어지기라도 한 날에는 덩달아 그의 자존감도 떨어진다. 뒤처지면 도태되고 만다는 풍조가 만연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시험에 붙는 것만이 답이라는 이철원 학생. 불안한 미래, 개인의 탓으로만 치부하기엔 사회는 너무나 가혹했다.
 
 
오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치열한 현실과 답 없는 미래에 불안한 청춘들은 현재의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조문철씨(23세·가명)는 대학 시절의 추억을 포기했다. 취업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뭐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강박은 점점 그를 조여와 군대에서부터 독학사를 준비하도록 만들었다. “요즘 취업이 하도 어려우니까 남들보다 빨리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독학사에 합격해서 지금은 행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죠.”

  주승리 학생은 학예사라는 꿈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확신이 옅어졌다. “학예사를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을 해야 하는데 학예사가 되지 못하면 괜히 시간과 돈을 낭비한 셈이잖아요. 결혼, 내 집 마련 등 현실을 생각할수록 꿈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현실은 그에게서 꿈을 빼앗아간 대신 미련과 씁쓸함만을 안겨줬다.

  희망찬 내일을 꿈꿔야 할 창창한 나이지만 암울한 미래에 직면한 사람들. 처지를 비관하고만 있자니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내일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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