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좀 그런 경향이 있더라.”
부드럽게 치고 들어왔지만 이내 팍하니 꽂히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은 ‘나’의 이야기는 언제나 낯설었고 그 낯선 한 마디는 온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듯 종종 나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될 때가 있다. 제3자의 말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한동안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괜히 잘못한 건 없었나 내 지난 모습들을 곱씹어보게 된다. 특히 내 인생의 첫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사는 늘 ‘평가받아야 하는 곳’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그 어떤 집단에서보다 내게 날카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점점 말을 아끼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 한마디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나의 말은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여러 생각이 스쳐 쉽게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문제다’라고 말하는 건, 이를 감당해야 할 책임감을 필요로 했다. 그렇기에 지난 모든 기사들을 돌이켜봤을 때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것들을 아쉬워했다.

 지난주 허무하게 끝나버린 제58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를 두고 말이 많았다. 선거에 어떤 사람이 후보로 나왔는지, 무슨 공약을 갖고 나왔는지 관심도 없었던 학생들은 오랜만에 선거판에서 발생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자 숨겨져 있던 학내 언론들도 하나둘 수면 위로 나타났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특종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중대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이 끊임없이 달려들었고 종이신문에 집중하던 우리 역시 신속한 보도를 위해 열을 올렸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판단의 잣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학내 언론이라는 곳에 서서 바라본 지난 2년간 학교에서는 정말 다양한 일이 일어났다. 전 경영진들의 비리 논란부터 학부 학사구조개편, 이번 선거 공방까지. 담아낼 이야기가 많은 만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나치게 ‘필요’에 집착한 보도는 중심을 잃었고 성급하게 움직였다가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도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침착하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자 했다.

 신문사 생활동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누군가에게 잣대를 들이대려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감과 여러 번의 ‘곱씹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문득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판단을 유보한다는 명목과 함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나의 활자들이 힘을 잃은 것이다. 속 시원하게 끝을 보지 못한 지난 사안들이 뒤늦게 눈에 밟힌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내 앞에 놓인 버저를 눌러보려고 한다. 더는 다른 사람의 말을 곱씹지도, 나의 결정을 주저하지도 않을 것이다. 확실한 생각이 들기 전까진 판단을 유보하는 게 답이라고 여겼던 나를 되돌아보면서. 이제 내게 남은 하나의 신문, 나만의 확신을 근거로 ‘정답’을 외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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