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저는 ‘한국타이어’에 입사하여 마케팅 운영 부서의 막내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막내이고요. 처음 출근했던 날은 오전 7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한 후로 온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보냈습니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아무도 집에 갈 준비를 하지 않는 걸 보면서 ‘회사원은 이렇게 사는구나. 햇빛 보기 어려운 사무실의 생활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죠.

그런가 하면 신입사원은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엑셀에 관한 풋내기였는데요. 한번은 회사 선배에게 엑셀의 기능 중 ‘Vlookup’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선배는 친절하게 알려주며 “광형씨 빼고 전부 알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부서 내 모든 직원이 Vlookup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왠지 모르게 민망해졌습니다. Vlookup은 각종 사무 자료를 만드는 데 유용한 엑셀 함수로 직장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죠. 이제는 중요한 자료를 작성하며 자연스럽게 Vlookup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엑셀을 다룰 일이 거의 없었으므로 갓 입사한 제가 Vlookup을 모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사정을 알아주지 않더군요. 이렇듯 회사원으로서 마음가짐과 실무 능력이 미숙한 제가 그나마 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질문’이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회사의 생활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입사와 동시에 모르는 것 투성이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질문의 힘을 믿습니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모르는 것을 질문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것을 무엇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질문이죠.

질문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고 매번 질문만 한다면 눈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지 않는 후배로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질문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질문의 타이밍을 터득해나가야 하죠.

우리 인생에서 질문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학생 신분일 때입니다. 특히 대학생 시절만큼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시기는 없을 것입니다. 매번 발표 시간마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지금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과연 그때처럼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시기가 또 있을지 의문일 정도죠.

많은 대학생이 수업 시간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닐까?’, ‘질문한 뒤에 창피를 당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주저하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순간 주저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은 민망함을 이겨낸다면 앞으로 삶을 살면서 가장 큰 무기가 될 ‘질문하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광형 동문
불어불문학과 05학번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