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인 연쇄 테러가 발생하였다. 최소 135명이 사망했고 300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을 당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카페에 방문하거나 공연 및 운동 경기를 관람하던 민간인들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를 ‘소프트 타겟’이라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침투나 공격이 어려운 정부 및 공공기관이 아니라 일반인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매우 커서 자주 사용되는 테러 수법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이슬람국가(IS) 주요 점령지인 이라크 및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이 아닌 서유럽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서방 국가에 대한 대민 도발 정책으로 공포를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이러한 비상사태에 파리 시민들은 성숙하게 대응했다. ‘나는 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라는 문구와 함께 카페에 모여 식사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위축되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하였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저항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 테러로 고조된 반(反)이슬람 정서를 완화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무슬림들의 기사를 실은 바가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이번 공격과 다수 무슬림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기사의 내용대로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공통분모를 이유로 테러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평범한 무슬림들에게 돌아가서는 안될 일이다. 무슬림과 테러리스트는 동의어가 아니다.

  문제는 IS가 실체가 정해진 괴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범한 무슬림이나 우리나라의 김군과 같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언제든지 IS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슬람 사회 내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요구된다. 같은 종교적 교리를 따른다는 공통점으로 IS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슬람이 현재 주장하는 평화주의적 성격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과격 세력에 대한 규탄을 통해 IS와의 분명한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테러가 반복될 때마다 모든 이슬람 신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므로 무슬림을 혐오하지 말아 달라고 주장한다면 그 목소리는 공감과 설득력을 잃게 된다.

  현재 파리에 가해진 IS의 과격한 무차별 테러로 전세계에 가상적 공포가 만연해진 상황이고 이것이 무슬림 전체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어느 나라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불신을 낳는다. 이웃 국가인 프랑스의 사태를 보며 시리아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던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독일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고, 9.11테러 사건으로 한차례 아픔을 겪었던 미국도 난민 검증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IS는 이미 이슬람의 교리를 벗어나 자체적으로 세운 새로운 논리 위에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더는 무고한 일반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테러 조직과 관계없는 평화적 무슬림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 사회의 실질적인 대응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IS에 대한 무력 진압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들이 또다시 소프트 타겟을 노린다면 의미 없는 희생과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국가가 먼저 분노의 대상을 분명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슬람 사회 내에서도 이러한 비인도적 테러 행위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태도를 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Pray for Paris.

박연희 학생
국어국문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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