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에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우리들의 선거권
2월 졸업예정자는 투표를 해야만 투표권 생겨…
두 명의 총학생회장를 뽑는 일인이표의 투표권
 
정치학자 루소는 ‘영국 국민은 선거일에만 자유롭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이는 중앙대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다. 선거일에도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 학생들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내규)’에 따라 선거권이 없는 ‘재학 중인 전기 졸업예정자’의 투표가 그동안 허용돼 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복수 투표다. 내년에 서울캠으로 이전하게 될 안성캠 경영경제대 학생들은 이번 양캠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각각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졸업예정자들의 선거권 문제
  내규 제4조(선거권 및 피선거권 자격기준)에 따르면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재학생 중 다음해 전기 졸업예정자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캠 학생지원팀 권영욱 주임은 “다음해에 학교를 다니지 않을 학생들이 다음해에 활동할 대표자를 뽑는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또한 전기 졸업예정자들의 경우 취업, 실습 등과 같은 외부 활동으로 인해 학교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해당 규정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캠 학생자치기구 선거에서는 관행적으로 8차학기 이상 재학생이 투표를 할 경우 유권자에 포함시키고 투표자로도 인정해 왔다. ‘제57대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은 예외적으로 전기 졸업예정자를 투표 시 유권자로 인정하고 투표권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

  안성캠 역시 원칙적으로 7차학기 이상의 재학생이 유권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투표자에 한해서 유권자와 투표자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제57대 안성캠 총학 선거에서도 4학년과 3학년 이하의 재학생들을 구분했다. 이는 4학년 재학생들이 투표를 할 경우에만 유권자와 투표자로 인정해주기 위한 것이다. 안성캠 총학 주유상 집행위원장(도시계획부동산학과 4)은 “선거인명부는 7차학기 이상의 재학생과 1~6차학기의 재학생을 따로 표기해 대학본부로부터 제공받게 된다”며 “통상적으로 대학본부에 4학년 재학생을 따로 분류한 선거인명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외적으로 전기 졸업예정자의 투표권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전기 졸업예정자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선거가 진행되는 2학기에 7차학기를 재학 중인 전기 조기졸업예정자의 경우 내규에 따르면 선거권을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학생의 학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기졸업 여부를 확신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내규와는 다르게 전기 졸업예정자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생이 유권자에 포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선거일 기준으로 8차학기 이상의 재학생 중 추가 학기를 등록할 학생은 전기 졸업예정자가 아님에도 졸업예정자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현재 선거권이 없는 일부 재학생들의 투표권이 관행적으로 인정돼온 것이다.

  양캠에서 7차 혹은 8차학기 이상 재학생의 선거권에 예외 조항을 둔 데에는 낮은 투표율로 인해 학생 대표가 선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권영욱 주임은 “8차학기 이상의 학생들을 모두 유권자에 포함시킬 경우 사실상 매년 학생 대표를 선출하기 힘들어진다”며 “투표율 50%를 넘기기가 더욱 어려워져 재선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빈번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17일 경선으로 진행된 서울캠 사과대 A학과 학생회장 선거의 투표함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개봉되지 않은 상태다. 1~7차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를 한 전기 졸업예정자를 유권자에 포함시키고 투표자로 인정할 시 투표율이 50%가 넘게 돼 해당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다. 8차학기 이상 학생들의 투표가 투표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투표함의 개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학과의 선거관리위원장은 “내년 전기 졸업예정자의 투표를 선거에 반영할지 여부를 현재 선관위에서 내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7차 혹은 8차학기 이상 재학생의 투표권을 허용하면 표의 가치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명의 유권자 중 50명이 투표를 진행할 시점에 개인의 표의 가치는 1/100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선거권이 없는 학생이 투표에 참여할 경우 이전에 투표했던 기존 유권자의 표의 효력은 1/101로 약화된다.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 최종적인 표의 가치는 계속해서 낮아지게 된다. 선거권이 있는 학생들이 행사한 표의 가치가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의 투표로 인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7차 혹은 8차학기 이상 재학생이 선거권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취업난, 학점관리 등의 이유로 8차학기를 초과해 등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7차 혹은 8차학기 이상 재학생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1일 기준으로 중앙대 재학생은 차수 구분 없이 1학년 3762명, 2학년 3549명, 3학년 3556명, 4학년 4047명으로 4학년 재학생 수가 가장 많았다. 안성캠의 경우도 1학년 1250명, 2학년 1489명, 3학년 1738명, 4학년 2083명으로 마찬가지였다. 7차 혹은 8차학기 이상의 재학생을 유권자로 포함시키지 않는 현행 제도에서는 선거의 대표성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인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관행적으로 계속 진행되어 왔다고 해서 현재의 선거 진행 방식이 관습법으로서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등 구성원들이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양캠 복수 투표의 문제
  두 번째 문제는 서울캠으로 이전하게 될 안성캠 학생들이 갖고 있는 투표권과 관련된다. 현재 서울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와 안성캠 중선관위는 내년에 서울캠으로 이전하게 될 안성캠 경영경제대 1~3학년 학생들에게 양캠 총학 선거 모두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서울캠 총학 선거를 위해 24,25일 810관(원형관)에 투표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동시에 안성캠 경영경제대 학생들은 다음달 2,3일 양일간 진행되는 안성캠 총(여)학 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양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중선관위원장)들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을 이전하게 될 학생들의 실제 생활권을 인정해주는 동시에 양캠 모두에서 생활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캠 한웅규 중선관위원장은 “해당 학생들은 안성캠에 소속돼 있으나 실제 생활권은 서울캠으로 볼 수 있다”며 “양캠 중 어느 곳에 더 많이 있는지를 따져 한 곳을 결정하기 보다는 두 곳 모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투표권을 각각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생이 자신의 대표자인 총학생회장을 두 번 뽑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조원빈 교수(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는 동일한 공동체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는 해당 시점에 소속돼 있는 학생들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조원빈 교수는 “서울캠의 투표권을 미리 부여하는 것은 현재 만 18세인 사람에게 곧 성인이 될 것이므로 투표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유권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목적이라면 해당 학생들에게 양캠 중 어떤 총학 선거에 투표할지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 복수 투표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 투표를 합의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의결 과정 없이 양캠 중선관위 내에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인호 교수는 “중선관위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중선관위원장이 공식적인 의결 절차 없이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선관위원장이라고 해서 선거권의 부여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인호 교수는 “선거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서 명문화돼 있어야 한다”며 “합의만으로 해당 규칙이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캠 중선관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양캠 선거시행세칙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캠의 전체 학생 대표자를 뽑는 총학 선거와 관련된 문제임에도 양캠 경영경제대 학생회만의 동의를 구해 합의한 점도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서울캠 선거에 이전하게 될 안성캠 학생들의 투표가 반영될 경우 서울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이의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 있던 유권자의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이에 유·불리한 후보자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호 교수는 “유권자가 변경됨에 따라 특정한 선거운동본부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선거 자체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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