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 떨어졌다. 꼭 가고 싶던 곳이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순간 삐뚤어진 마음에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탈락에서 느낀 아쉬움은 곧 실망감으로 돌아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너, 지금까지 해 둔 게 뭐야? 남들이 어학 자격증이니, 대외활동이니 할 때 너는 지금까지 뭘 해왔느냐고.’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로부터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너는 도통 잠을 안 자는 것 같아, 잠을 좀 자는 게 어때?’ 생각해 보니 나는 늘 피곤했고 잠이 부족했던 것 같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나. 뭐가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었던 걸까?

  결코 잠이 오지 않아 잠을 못 잤던 것은 아니다. 잠에 들고 싶었지만 걱정이 많아 자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 신문사 임기만료를 한 달 앞둔 있는 지금, 나는 휴학을 한 베짱이의 신분임에도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요즘 주로 하고 있는 고민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요즘은 중대신문의 여론부장으로서 나에게 남은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4학년 2학기를 휴학 중이지만 여전히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 고민들을 내려둘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내 뇌는 걱정거리들로 풀가동 중이다. ‘이번주 조판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라든지, ‘이번 주 기고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혹여나 들어가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자잘한 고민들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해서 일적으로 완벽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썼던 기사들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고 애초에 계획했던 기획 또한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 마음고생이 심했다. 기사가 잘못 나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학적 확인과 팩트 체크를 계속해야 했다. 부서원 관리가 힘들어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사적으로는 신문사 구성원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뿐인가. 매주 한꺼번에 몰려오는 후배 기자들의 원고를 퇴고해야 하는 전날 밤에는 온종일 신문사에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움이 앞섰다.
 
  신문사 생활을 2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는 불안감과 함께하는 일이 영 부자연스럽지 않다. 나를 옥죄어 오는 불안감과 중대신문 여론부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홀로 온전히 견뎌왔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걱정거리들과 부대끼며 살게 되겠지.

  대학생활의 반을 함께 보냈던 신문사 생활의 끝이 보인다. 돌이켜 보면 그간 나를 괴롭혔던 것들은 지나친 기우였던 것도 같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느라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한다. 어깨를 짓누르는 걱정들로 현재의 일을 즐기며 수행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인턴에 떨어져 어지럽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니 고마운 마음도 든다. 앞으로 3번의 신문이 남아 있다. 남은 신문만큼은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며 잘 만들어 보아야겠다. 어깨에 짊어진 짐을 훌훌 털어 버리고 나면, 그간 이루지 못한 잠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덧붙여, 임기 만료한 뒤에는 나에게도 좋은 소식 들려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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