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 전시 비평 - 어느새 훌쩍 커버린 어른아이
  • 중대신문
  • 승인 2015.11.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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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서울캠에는 평소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곳곳에 설치된 6개의 문, 흔히 학생들에게 청룡탕이라 불리는 청룡 연못 안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공들과 마네킹, R&D센터 앞의 비디오 설치작품. 한 주 전 캠퍼스 내에 전시되어 있던 아름다운 조각품들과는 달리 바로 그 숨은 뜻을 알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경고문이 붙은 문들과 볼풀장을 연상케 하는 연못, 사탕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들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은 삼삼오오 작품들 앞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쩌다 어른.’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학생들이 기획한 이 전시의 제목을 보았다면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먼저 문을 살펴보자. 이 문은 초현실주의 기법인 ‘데페이즈망’을 활용한 작품이다. ‘데페이즈망’이란 어떤 물건을 일상적인 환경에서 이질적인 환경으로 옮겨 그 물건으로부터 실용적인 성격을 배제하여 기이한 만남을 연출시키는 기법을 말한다. 익숙한 캠퍼스 풍경에 문들이 설치되어 괴리감을 들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은 다른 곳으로 드나들 때 필요한 통로다. 그러한 문이 연결된 다른 특별한 장소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모습을 통해 낯선 문은 일차적으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 후엔 보는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 문이 취업의 관문으로, 고등학생들에게는 입시의 문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감상자가 어린아이라면, 또 다른 문으로 연결되는 차원의 문으로, 다소 판타지적인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제작 의도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지레 겁을 먹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나가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문 앞에 붙여진 경고문을 보고 문을 통과하기가 두려워진다. 어떤 일을 실행하면서 두렵고 망설여지는 아직은 어리고 여린 마음.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고 이겨내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R&D센터 앞에서 상영되는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대학생들은 여전히 사탕 하나에도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동심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어느새 사회에 내던져진 어른아이. 이제 사회에선 우리에게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청룡 연못에 떠 있는 색색의 공들을 보면 뛰어들어 어린이처럼 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불어 마네킹과 함께 물에 떠 있는 공들은 항상 보아왔던 청룡 연못에 새로운 시각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이처럼 우리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어른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성장통을 앓고 있는 우리들의 초상이자 이야기이다. 어른이 되기가 두려운 공통된 감정을 공유하고, 걱정 없이 마냥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 준 이 전시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꼭 들어맞는 우리 대학생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화이트 큐브가 아닌 교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진행된 이번 기획전시는 작품들이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어 공공 미술적 특성을 띤다. 전시 기간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대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이처럼 여러 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미술품 전시가 열릴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소 생소한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이러한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술학도가 아닌 이들에게도 현대미술이 거부감 없이 다가가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길 기원하며 신축되는 100주년기념관에도 갤러리와 같은 전시시설이 들어설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재윤 학생
서양화전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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