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친절한 박지수 기자입니다. 학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강의평가’를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현재 중앙대는 강의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생이 성적정정기간에 본인의 성적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본인의 성적을 모르면 성적 이의신청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거의 필수적으로 강의평가에 참여하고 있죠. 그런데 이 강의평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걸까요?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실 텐데요. 제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현행 강의평가는 객관식 문항 14개와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하는 주관식 문항 1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개별 학생들이 작성한 강의평가는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문항으로 나눠져서 각각 취합됩니다. 객관식의 경우 학생들의 선택지가 강의평가 기간에 실시간으로 중앙대 전산망에 전달돼 우선 강의별 ‘원점수’로 집계됩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점수를 줬는지는 철저히 익명으로 처리되죠. 이후 강의평가 기간이 끝나면 산출된 원점수는 계열별로 분류돼 점수 조정 과정을 거칩니다. 계열별로 그룹 평균점수가 책정되면, 평균점수 80점, 표준편차 7.5를 이루도록 다시 표준화하는 것이죠. 이렇게 조정된 점수가 강의평가 변환점수입니다.

과목별 강의평가 결과의 원점수와 변환점수는 중앙대 전산망에 기록된 후 다음학기 시간표가 발표되기 1~2일전에 포탈을 통해 공개됩니다. 각 과목의 담당 교수들 역시 이때 강의평가 점수를 받아보게 되는 것이죠. 다만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최종적으로 산출된 원점수와 변환점수 두 가지뿐이라면, 해당 교수들에겐 각 문항별 세부 답안 선택자수와 함께 주관식 문항도 전달됩니다.

그렇다면 강의평가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학생들이 작성한 강의평가는 교수업적평가에서 강의의 질을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잣대로 활용됩니다. 또한 변환점수가 계열별 하위 5%에 속하는 경우 기준 미달로 분류돼 학사팀에서 해당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시정 공고문을 발송합니다. 비전임교원의 경우 최근 3년간 5% 이하의 변환점수를 세 번 받으면 재임용이 불가한 ‘삼진아웃제’도 운영하고 있죠. 반면 전임교원에게는 직접적인 제재 사항이 없습니다. 강의평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피드백을 전임교원이 무시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구조인 것이죠.

뿐만 아니라 계열별 하위 5%만 아니면 그 이외의 교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위 5% 이하는 현재 중앙대 학사제도로 치면 D+ 이하에 해당하는 점수죠. 평가 점수가 저조한 강의에 대한 조치도 허술한데다 조치 대상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강의평가를 진행한 것치고는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인센티브도 있습니다. 학사팀 김은경 주임은 “변환점수 기준 전임교원 중 상위 30%, 비전임교원 중 상위 30명은 중앙대 홈페이지에 명단이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본 결과 2013년 2학기 이후 공지사항에 등록된 우수 교원의 명단은 없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강의평가 점수가 높은 교수에 대한 표창·포상이 있을 때도 있지만 산발적으로 이뤄질 뿐 제도로 정착된 형태는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강의평가 제도는 개선돼야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지닌 실제 영향력이 적어 피드백 제도로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진정성 있게 강의평가에 임해야 하는 것은 여전한 사실입니다. 강의를 들은 학생이 평가하지 않으면 해당 강의가 어떤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어지고, 현재로선 강의평가가 강의의 질에 학생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식적 창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보다 실효성 있는 강의평가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대적인 참여도 결국은 허공에 노 젓는 일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완성도 높은 강의평가 제도가 마련돼 학생들은 16주간의 강의를 성심껏 평가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피드백을 십분 활용해 더 좋은 강의를 만드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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