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고 했던가. 실제로 만난 김강진 동문(응용통계학과 09학번)은 반달 눈이 인상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인터뷰 내내 조리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통계를 공부하다 데이터 분석을 접한 그는 ‘빅데이터’에 반해버렸고 회사와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사람들에게 데이터 분석 강의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기자로서는 그에게 한 수 배워보고 싶었다.
 
▲ 김강진 동문이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빅데이터에서
미래를 점친
이 시대의 통계학도

 

현대 사회는 통계의 시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점점 모든 것들이 분산화, 체계화되면서 각종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응용통계학이다. 김강진 동문은 응용통계학을 전공해 시대의 흐름에 적합한 요건을 갖추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정보를 다루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설립해 사람들에게 데이터 분석을 가르쳤다.

 
주식에서 데이터로
  그를 중앙대 응용통계학과로 이끈 것은 ‘주식’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주식가격을 예측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던 그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싶었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를 과감하게 자퇴하고 재수 끝에 2009년 중앙대에 입학했다. 2010년 여름, 응용통계학과, 다빈치 전형 학생들과 함께 ‘스타카티어’라는 연합 금융동아리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히고 기업을 분석하거나 직접 주식투자를 해보며 지금까지 몰랐던 신세계를 알게 됐다. “‘SAS 마이닝 챔피언십’에 참여하며 데이터를 분석해봤는데 재밌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빅데이터’와의 첫 만남이었죠.”

  본격적인 관심은 ‘빅데이터 인텔리전스 BDI 교육 프로그램(BDI)’을 이수하면서 시작됐다. BDI는 연세대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교육과정이다. 그는 3학년 2학기 4달 동안 빅데이터에 대해 자세하게 배웠다. “웹페이지에 산재해 있는 정보 중 저희가 필요한 정보만 긁어오는 크롤링(crawling)기법을 새롭게 익혔어요. 크롤링으로 모은 정보를 이용해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창업이 떠올랐다.

  그는 4학년 1학기를 휴학하고 친구들과 ‘데이터마켓’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을 만들었다. “BDI를 마치자마자 친구들과 창업을 준비했는데 학업과 병행하려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학기 휴학하고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죠.”
 
▲ '데이터마켓'의 동업자 친구와 한 컷.
 
 
세상을 분석하다
  가장 먼저 인터넷 도메인을 구매했다. 그들이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판매하는 수단으로 삼고 포스팅을 통해 회원들 간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무료세미나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장소를 대여하고 일반인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교육과정을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10주 정도의 과정을 짜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 교육을 해 드렸죠. 저희가 받았던 교육 내용과 웹페이지에 포스팅한 자료, 1년간의 경험을 중심으로 강의했어요.” 강의 전날 밤은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며 거의 뜬눈으로 보냈다. “돈 받고 하는 강의인 만큼 완벽한 강의를 제공해 드려야 하는데, 학생인 저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최대한 노력했죠.”
▲ 데이터 분석 강의를 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인다.

  세 사람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씨리얼’과 ‘마롱’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두 애플리케이션(앱)의 공통점은 방대한 데이터들을 모아 한 번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씨리얼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맛집 앱이다. 하지만 ‘다이닝 코드’라는 유사한 앱이 이미 나와 있었다. “사실 저희가 먼저 이런 앱을 개발했어요. 학생이다 보니 늦게 출시한 점이 아쉬워요.” 두 앱은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다이닝 코드는 검색어 기반이므로 주변 검색이나 어떤 특정 단어로 검색했을 때 그것과 관련된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씨리얼은 자기가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 기반의 앱이다.


  마롱은 여러 커뮤니티를 한곳에 모은 앱이다. “페이스북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마롱이에요.” 마롱에는 13개가량의 커뮤니티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한편 빅데이터와 관련된 연합 동아리 ‘투빅스’도 만들었다. “데이터마켓을 같이 했던 친구 중 한 명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10명의 구성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약 20명의 정예 인원으로 운영되는 동아리가 되었죠.” 투빅스는 다른 동아리들과 연합해서 1년에 한 번씩 그동안 연구했던 것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올해는 연세대 동아리 ‘와이비타’와 함께할 계획이다.

  앱과 빅데이터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점점 빠르게 일어나는 기술적 변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쉽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고 확실하게 공부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이 날의 콘테서트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잇는 빅데이터 전문가를 발굴하기 위해 열렸다.
 
 
공부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
  그는 동아리, 창업 등을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만 하는 것도 안 되지만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되 학업에도 집중해야 해요. 성적에서 일정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학기 중 BDI를 듣는 것은 힘들었다. “오전에는 학교 수업, 오후에는 BDI를 들었어요. 게다가 저희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프로젝트 2개를 동시에 진행했죠. 그때는 수업시간에 계속 딴짓을 하거나 출석만 하고 강의실을 나오곤 했어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데 위기가 왔지만 그동안 축적된 학교생활 경험이 그를 살렸다. “저한테 유리한 강의를 선택하고 친구들 도움도 받았어요. 그리고 벼락치기에 온 힘을 쏟았죠.(웃음)”

  그는 학부생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싶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 나중에 한 분야에 집중할 때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거든요. 일단 많은 것을 경험한 후에 하나를 선택하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은 통합형 인재다. “요즘은 한 분야를 엄청나게 잘하면서도 다른 분야에도 조예가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첫걸음으로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통계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제가 경쟁해야 할 사람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저보다 코딩(coding)도 잘하고 프로그램도 더 잘 만들죠.” 그는 자신이 컴퓨터공학을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전공자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 전공인 통계의 전문성을 살리기로 했어요. 경험을 좀 더 쌓아 통계에 능숙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통계와 빅데이터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빅데이터와 통계가 아무 상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빅데이터에서 쓰이는 알고리즘과 통계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중 일치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앞으로 학교에서든 기업에서든 분석업무를 계속할 생각이다. “빅데이터는 사물인터넷과 더불어 인간 생활 전반에서 발생하고 분석되잖아요. 앞으로 빅데이터를 더 자주 만나게 될 텐데 미리 친해지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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