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입니다. 가끔은 혁신을 추구하다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빨리 인정하고 다른 혁신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스티브 잡스
 
우리는 혁신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혁신에는 종종 실수와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하지만 유타대 경영대학 크리스 와스덴(Chris Wasden) 교수는 실패, 그리고 뒤이은 ‘긴장과 갈등(Tension)’은 혁신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지난 11일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3층 대강당에서 혁신전문가로 알려진 크리스 와스덴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긴장-갈등:혁신의 동력원’이었다.
 
  우리 모두는 창조적 인간이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우리는 모두 창조적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말했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를 이미 보유한 상태에서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가 직장이나 팀 혹은 조직에서 좌절하는 이유는 환경이 우리가 갖고 있는 창조성을 혁신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창의력과 영재교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심리학자 토런스(E. Paul Torrance) 교수의 연구를 인용했다. 토런스 교수는 창의성의 개념 정립과 창의성 측정 방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6년간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발성을 잃고 수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1968년 교육자들은 나사(NASA)가 개발한 창의성 측정 방식을 통해 토런스 교수의 연구결과를 재확인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5세 아이들의 98%가 창의성을 이미 갖고 있다고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25세~임종까지의 성인 중 창의성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로 매우 적었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나이가 듦에 따라 창의성이 저하되는 것의 원인을 표준화된 조직 시스템에 있다고 봤다. 특히 비즈니스에서 고용주는 표준화되고 획일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정책과 절차를 만들어왔고, 이런 환경에 적응한 피고용인은 점차 자신이 갖고 있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조직 세계의 ‘분별없음’과 ‘분별있음’
  비즈니스는 대부분 ‘분별없음(Mind-lessness)’의 논리가 지배한다. 분별없음은 어떤 일을 주체적인 생각 없이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실패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의 표준화된 업무 처리 과정을 답습하는 것을 뜻한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분별없음의 적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별없음의 적용은 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의성을 상실시키기도 한다. 분별없음의 미덕은 효율성이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조직을 위한 혁신을 이끌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분별있음(Mindfulness)’은 분별없음의 정반대 개념이다. 우리는 분별 있을 때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머릿속에 어떤 창조적 목표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분별없음의 논리가 지배하는 조직에서 개인의 분별있음이 충돌할 때 긴장과 갈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긴장과 갈등은 혁신의 원동력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과 갈등을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긴장과 갈등이 좋거나 나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역설한다. 실제로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박사논문 집필 과정에서 Tension이라는 단어를 비롯한 유의어의 60%가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긴장과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며 “자전거를 예로 들면 자전거 기어가 너무 높아 페달을 밟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낮은 기어 때문에 느슨해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긴장과 갈등은 곧 변화를 초래하고 긴장 없이는 어떤 진보도 없다. 긴장과 갈등은 창의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위한 원동력이란 것이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긴장과 갈등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 사람들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긴장은 ‘부적응적 긴장과 갈등’이다. 반면에 단순히 문제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하도록 만드는 긴장은 ‘순응적 긴장과 갈등’이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긴장과 갈등’은 ‘발생하는 문제를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 해결하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은 창의적 긴장을 요구한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긴장과 갈등을 받아들이는 데는 상대방의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긴장과 갈등을 자신이 어떻게 이용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긴장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지에 따라 혁신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십이란
  크리스 와스덴 교수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그는 훌륭한 리더십은 효율성을 위해 분별없음을 촉진하기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분별있음 역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분별없음과 분별있음이 함께 공존할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한 가지 예를 덧붙였다. 그는 “신입생들이 대학교 캠퍼스로 처음 통학할 때에는 주어진 학교라는 목적지로 가는 효율적인 교통편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된다”며 “하지만 통학이 익숙해져 머리가 자유로워질 때가 되서야 비로소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좋은 리더란 그들의 조직에 긴장과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창의성과 혁신을 이끌기 위해 조직이 긴장과 갈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 크리스 와스덴 교수가 혁신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혁신과 행복의 관계
  강연이 끝나고 혁신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본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과학자는 불행만을 공부했다”며 “병을 치료해 불행의 요소를 없애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도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스스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자 하는 본능을 해소하면서 이뤄지고 이런 과정이 혁신의 과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끊임없이 긴장과 갈등과 마주하고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취업에 실패한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 공부도 잘해야 하고 취업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나의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세상을 더 나은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본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이 끝난 후 크리스 와스덴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무료제공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