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고 싶은 사람 프리마켓으로 모여라
  • 서성우 기자
  • 승인 2015.11.1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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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문화 행위
상업성 지양하고 고유한 특색 개발해야 
 
 요즘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플리마켓(flea market)’이다. 어떤 축제든 사람들을 북적이게 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들뜨게 하는 역할을 플리마켓이 맡고 있다. 축제뿐만 아니라 도시의 대로변, 골목길까지 ‘벼룩’들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큰 차이점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 곳에서는 플리마켓이라 하고 또 어느 곳에서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부터 아리송하면서도 무심코 지나갔던 용어의 개념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시장을 가리키는 플리마켓. 이는 19세기부터 유럽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벼룩이 들끓을 정도의 고물을 파는 시장, 벼룩처럼 이리저리 이동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국내에도 대표적으로 청계천 황학동 벼룩시장이 있는데 이곳은 조선시대 골동품부터 호랑이 잡는 덫까지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벼룩시장은 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중고물품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팔찌, 양초와 독창적인 창작물까지. 벼룩이 득실거리기보다는 판매자의 손길과 개성이 물씬 드러난다. 
 
 이런 형태의 시장은 사실 프리마켓에 가깝다. 프리마켓은 2002년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홍대 프리마켓)’이 열리면서부터 등장한 용어다. 홍대 프리마켓은 예술가가 만든 제품이나 작품을 시민들과 이어주는 창구를 제공하고자 개최됐다. 홍대 프리마켓을 시작으로 개인의 창작물을 파는 시장이 확대됐고 플리마켓과 프리마켓이라는 용어의 혼선이 오게 된 것이다. 남기범 교수(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프리마켓은 예술에 중점이 맞춰진 시장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용어와 형태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장이 열리는 것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플리마켓과 프리마켓 모두 다양한 물품을 팔거나 교환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으로 비교적 정기적인 임시 시장이다. 이 공간에는 일시적으로 지역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공동체가 형성된다. “프리마켓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사라졌던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동네문화를 되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건강한 도시를 만들고 지역의 가치를 살리는 새로운 문화입니다.” 배웅규 교수(도시시스템공학전공)는 프리마켓이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공공영역의 역할을 하면서 민주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려 사람들의 소통이 지속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프리마켓의 인기에 편승해 연속성과 고유한 특성이 없는 ‘짝퉁’ 프리마켓이 우후죽순으로 열리고 있다. 남기범 교수는 “홍대 프리마켓과 같이 존재의의가 명확한 프리마켓은 고유의 장소를 바탕으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 프리마켓이 지니는 의미는 희미해지고 시장의 기능에 충실해질 뿐이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프리마켓은 지역의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수익을 올리는 것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발적인 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색깔을 바탕으로 다른 곳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배웅규 교수는 프리마켓이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프리마켓. 그 순기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프리마켓이 오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프리마켓은 인간성이 사라진 도시에서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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