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복학했던 약 3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대단히 충실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전공 수업을 꽉꽉 채워 들었고, 시험공부에도 무섭게 집중했습니다. 자격증 공부와 어학 공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뛰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만화 ‘허니와 클로버’의 주인공 다케모토가 ‘내가 헤매는 건 지도가 없어서가 아니야. 내게 없는 것은, 목적지야’라고 말한 것처럼 저 또한 목적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라! 꿈을 향한 도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나 강연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사회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이상을 가지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재를 원합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조언에서도 꿈은 빠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멋진 도전, 훌륭한 성공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막연히 ‘아,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들과는 다른 나의 모습 때문입니다. 당시 저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특별한 꿈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평범하다는 말조차 아까운 제 모습에 좌절과 열등감, 그리고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공부와 일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비록 멀리 보지는 못했지만,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나아갔습니다. 때로는 저 멀리 있는 곳보다 한 두 걸음 정도 앞을 보며 나아가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걸음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것이 저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제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또 지금의 제가 없다면 앞으로의 저도 없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주변에서 제게 꿈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꿈은 없지만 가능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화려하거나 빠르지는 않아도 저 자신을 믿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보이지 않는 꿈’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놀고 있지 않은데, 뭐라도 하고 있는데, 심지어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주변 사람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에 흔들리고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려하다고 해서, 원대한 꿈이 있다고 해서 잘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빛나지 않는다고, 꿈이 없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요. 화려하지는 않아도, 미래의 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소신껏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을 저는 믿습니다. 당장 빛나지는 않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런 우직함을 가진 후배님들을 앞으로도 계속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곽병호 동문
컴퓨터공학부 08학번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