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가 건강을 돌보는데 가장 중요한 금연과 체중조절 등 건강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을 얘기하지 않아 혹자는 실망할까 두렵다. 나의 전공이 사회경제적 환경요인과 건강 간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사회의학이다 보니 지루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강의 결정요인인 사회경제적 환경, 물리적 환경, 유전적 환경, 료기술 및 의료제도 중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이 사회경제적 환경요인이다. 미국 각 주의 시민건강수준 기여도에서 각 주의 의료체계 수준이 5~10%지만 사회경제적 여건은 약 40%라고 한다. 질병 예방의 가장 기초적인 금연, 절주, 체중조절 등이 가능해지려면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실존 문제에 우울했고, 사회의학자로서 직장인들의 정신과 신체건강이 지속해서 나빠진다는 느낌을 받아 더욱 짠했다. 드라마 속 청춘들은 매일같이 업무실적에 쫓겼고 쉬는 시간 의 담배와 저녁 술자리가 유일한 위안거리였으며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금연에 성공한 부하 직원에게 담배를 건네며 ‘너 조금 있으면 다시 필 거야’라고 말하는 직장상사도 있었다.

  최근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엘 고 교수팀의 연구가 흥미롭다. 실직두려움, 고강도의 업무량으로 인한 직장 내 스트레스와 관련된 사망 숫자는 미국 내 약 250만 명의 비흡연자가 간접흡연과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로 사망한 수치와 견줄 정도라고 한다. 연구팀의 결론은 ‘회사가 사원들의 식단, 운동 등과 같은 육체적인 건강 프로그램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심리 스트레스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나왔다. 많은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회사 내 산업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가 있는 경우에 없는 경우보다 회사가 근로자들의 건강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고 한다. 이 점에서 좋은 근로자 대표를 뽑은 일은 나와 동료의 건강에 직결될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주민들의 투표율 저하와 무관심으로 인해 매번 주민대표단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몇몇 입주민들의 노력으로 투표율이 올랐고 새로운 입주자 대표가 선출되었다. 이 분은 제일 먼저 지역 내 보건소로부터 건강아파트시범사업을 적극 유치해 지정받았다. 이 덕에 우리 가족은 아파트 걷기동아리에 가입하였다.

  지역사회나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의 켈라라 지역과 이탈리아 한 북부지역은 인근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더 낙후되었음에도 주민들의 건강수준이 더 높다고 한다. 연구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주민들이 마을이나 정부 일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재선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특정집단의 이익보다는 다수 시민의 건강한 삶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좋은 학생회장, 좋은 정치인을 뽑으면 직간접적으로 나, 가족, 학우, 이웃의 안전과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될 것이며, 투표만큼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것은 없다.

이원영 교수
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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