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당신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있겠네요. 그 사람을 통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 오늘 행운의 색은 연두색.’ 아무 근거가 없다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두색 옷을 찾아보게 됩니다. 여러분도 비합리적인 미신을 믿어본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이번 세계의 눈에서는 중국, 불가리아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각국의 미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중국의 미신은 물론 흥미로운 불가리아의 미신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거부할 수 없는 미신의 매력에 빠져 보시죠.

 
예솔 : 안녕하세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정치국제학과 2학년이에요.
가가 : 반갑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온 방가가라고 해요. 심리학과 1학년이에요.
나 : 안녕하세요. 불가리아에서 온 야나입니다.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전공 석사 1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믿거나 말거나
: 이번 세계의 눈에서는 동서양 대표 학생 두 분을 모시고 각국의 미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마침 오늘(12일) 한국 수능시험이 치러졌는데요. 알고 계셨나요? 
: 아, 비행기도 안 뜬다는 날 아니에요?(하하)
: 맞아요. 그만큼 수능은 중요한 날인데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합격을 기원하며 108배나 백일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합격을 점쳐보기도 하고요. 각국에도 시험, 합격에 관한 미신이 있나요?
: 그럼요. 중국은 그런 분위기가 더 심해요. 큰 시험을 앞두고 중국 학부모들은 기도를 하고 점을 보기도 하죠. 저희 어머니께서도 제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점괘를 보셨어요. 첫 번째 점괘가 안 좋게 나와서 다시 기도를 드린 후에 좋은 점괘를 받았죠. 덕분인지 점수가 잘 나왔어요.
: 불가리아에서는 중요한 시험 날에 계단이나 길거리에 물을 뿌리고 그 길을 따라 걸어 나가요. 물처럼 순조롭게 흘러가라는 뜻에서죠.
: 오, 그렇게 깊은 뜻이.
: 그럼 불가리아에서는 대학교 입학 시험 날 집집마다 물을 뿌리나요?
: 맞아요.(하하) 많이들 그럴 거예요.
: 한편 한국에는 미역을 먹으면 시험에 미끄러진다는 말이 있어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미역국을 잘 먹지 않기도 해요.
: 불가리아에서는 시험 전에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자르면 안 돼요. 애써 공부한 것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죠.
: 재밌네요. 혹시 자신만의 특별한 미신도 있으신가요?
: 저는 평소에 미신을 잘 믿는 편이에요. 한번은 기차역에서 어떤 사람이 급하게 다가와 집에 갈 차비를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꼭 갚겠다면서요. 미심쩍었지만 진짜일 수도 있으니까 빌려줬죠. 결국 돈을 돌려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돈 나간 만큼 좋은 일로 되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크게 속상하지 않았어요.
: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네요.
: 저도 비슷한 것이 있어요. 저는 외출한 후에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아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돌아가면 무언가 불길한 일이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이죠. 불가리아 미신 중 하나예요.

4를 4라 쓰지 못하는 한국
: 한국의 미신 중에 신기한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셨어요?
: 한국에 처음 와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4층 버튼이 F로 되어 있더라고요.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한국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한국 사람들이 숫자 4를 싫어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 맞아요. 중국도 그렇지 않나요? 
: 네. 숫자 18도 싫어해요. 지옥이 18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돈’이랑 발음이 비슷한 숫자 8은 좋아하고요.
: 서양에서는 숫자 13을 불길하게 여기잖아요.
: 맞아요. 그러고 보니 내일이 13일의 금요일이네요!
: 어머, 진짜.
: 한국어학당에 다닐 때는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 선생님께서 말해주시기를 옛날엔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곤 해서 그런 거래요.
: 신기해요. 서양에는 그런 미신이 없거든요. 불가리아 선생님들은 채점하면서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곤 해요.
: 한국과 중국의 미신은 많이 겹치는 것 같아요.
: 반면 저에게는 일상적인 미신인데 한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 이질감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서양에서는 어떤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건강을 빈다고 말해주거든요. 상대가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옆 사람이 재채기를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오싹하게
: 아무래도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미신이 발달한 것 같아요. 중국과 불가리아의 미신 문화는 어떨지 궁금한데요.
: 중국 사람들은 미신을 많이 믿는 편이에요. 시험, 연애, 결혼 등 중요한 문제를 두고 점도 많이 보러 다녀요. 태어난 년, 월, 일, 시에 따라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하고요.
: 한국도 비슷해요. 사주팔자에 관심이 높고 점집도 많아요.
: 중국과 한국 모두 태어난 해에 따라 결정되는 12가지 띠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중국에서는 자신의 띠가 돌아오는 날에 악재가 닥칠 수 있다고 해서 꼭 빨간색 옷을 입어야 해요.
: 불가리아는 점성술이 발달해서 ‘띠’ 개념 대신 태어난 달에 따른 12가지 별자리를 중요하게 여겨요. 별자리에 따라 몇 날 몇 시에 태어난 사람과 잘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아이의 이름을 짓기도 해요. 이 이름을 가지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면서.
: 듣고 보니 어딜 가나 비슷하네요.
: 맞아요. 나라는 달라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은 거겠죠.
: 한편 흡혈귀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미신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기사에 따르면 3년 전 불가리아에서 흡혈귀 유골 전시가 열렸다고 하더라고요.
: 저도 불가리아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흡혈귀가 떠올라요.
: 흔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유럽 국가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 달라요. 흡혈귀는 불가리아의 고유한 미신이 아니라서 흡혈귀에 대한 내용은 루마니아 사람에게 물어보셔야 해요.(하하) 물론 동유럽 사람이라면 다들 드라큘라 역사를 알고 있기는 해요. 드라큘라 백작은 무수한 전쟁을 통해 터키로부터 영토를 지켜 낸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드라큘라 백작이 피에 굶주린 잔인한 사람이라고 평가가 와전됐어요. 지금은 실제 드라큘라 백작이 살았던 성이 관광지가 되었고요.
: 그렇다면 불가리아 사람들이 믿는 미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크리스마스부터 사순절 동안 ‘쿠케리(Kukeri)’라는 전통 퇴마 의식이 진행돼요.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무섭게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죠.
: 할로윈 같은 느낌인가요. 불가리아의 전통 의식은 처음 들어봐요.
: 다른 미신도 많아요. 불가리아에는 ‘거울을 깨면 7년 동안 애인이 안 생긴다’는 슬픈 미신이 있어요.
: 한국에서도 무언가 깨지는 것은 안 좋은 의미예요. 드라마에서도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꼭 무언가를 깨트리잖아요.
: 중국에서도요.
: 하지만 불가리아에서 무언가 깨지는 것은 불운이 달아나고 행운이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이 깨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여기죠.
: 또 다른 의미가 있네요.
: 그리고 ‘왼손이 간지러우면 돈이 들어오지만 오른손이 간지러우면 돈이 나간다’는 미신도 있어요.
: 한국에서는 귀가 간지러우면 누군가 내 얘기하는 거라고 하는데.
: 그래요? 비슷한 건데, 불가리아에서는 코가 간지러우면 누군가 나를 칭찬하는 거예요.
: 재밌네요.(하하)

행운을 부탁해
: 지금까지 다양한 미신을 알아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 건지 얘기해보고 싶어요.
: 심리학에서 사람은 누구나 행운을 바란다고 가르쳐요.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인간은 누구나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죠. 또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무서워하고요. 이러한 두려움을 해소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미신이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야나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전공 석사 1차)
영화감독을 꿈꾸는 야나는 장수의 나라로 알려진 불가리아에서 건너왔다.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유학을 꿈꾸게 되었다고. 가장 인상 깊게 본 한국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 <빈집>이다.

방가가
(심리학과 1)
‘제 별자리가 뭘까요?’ 자신의 별자리가 솔직하고 외향적인 사자자리라는 그녀는 현아의 ‘잘 나가서 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춤꾼이다. 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무 살. 그녀는 조만간 오디션을 볼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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