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문화·사람, 연남동‘따뜻한 남쪽’
  • 김석철 기자
  • 승인 2015.11.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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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케이크만큼이나 달달한 목소리를 가진 참가자. 따뜻한 남쪽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파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 마을 축제를 맞아 꽃단장한 담벼락. “모두 환영합니다!”
▲ “맛있게 먹어.” 아이에게 선뜻 솜사탕을 내주는 참가자.

헌옷부터 손수 만든 예술품까지
특유의 정겨움은 덤

 

쌀쌀한 아침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11월의 첫날, 연남동 한 골목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길게 이어진 골목을 따라 저마다 돗자리나 테이블 위에 물건들을 진열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어느새 골목길을 가득 메운 판매자들은 웃음을 머금고 옆자리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평소엔 한적하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데이트 코스지만 그날의 연남동은 재래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떠들썩했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연남동 마을 시장 따뜻한 남쪽(따뜻한 남쪽)’은 ‘일상예술창작센터’가 ‘따뜻한 만남과 넉넉한 즐거움이 있는 마을장터,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을시장’을 지향하며 2013년 6월부터 11회째 진행하고 있다.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연남동이 자본의 논리에 짓눌려선 안 된다는 취지로 시작된 따뜻한 남쪽. 점차 규모가 커져 매회 5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는 큰 행사로 변화했다.
 
 ‘자본의 논리를 거부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판매할 수 있는 물품에는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도매상에서 구해온 물건, 팔다 남은 재고는 판매할 수 없고 대신 본인에게 쓸모가 없어진 물건이나 재활용품, 손수 만든 창작품, 먹거리만을 판매할 수 있다. “따뜻한 남쪽은 시장의 형태를 띠지만 상업성을 지양합니다. 따뜻한 남쪽을 프리마켓의 범위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셀러라는 표현 대신 참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죠.” 일상예술창작센터 생활창작교육팀 조성진씨는 따뜻한 남쪽은 프리마켓이 아니라 마을 축제라고 강조한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의 열기로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이를 이끌고 나온 가족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까지. 직접 부친 전을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어린아이의 손에 솜사탕을 직접 쥐여주는 훈훈한 풍경이 이어졌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먹거리는 이곳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접시가 넘치도록 한가득 담기는 것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정이었다. 전과 탕수육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뜨끈한 어묵국물까지 들이키니 얼어붙은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배도 거하게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구경에 나섰다. 길게 늘어선 참가자들 사이에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는 바로 어쿠스틱 밴드 ‘소풍’의 보컬 김영혁씨였다. “돈을 벌려고 참여한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즐겁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북적한 골목에 더해진 기타의 화음 덕에 마을은 더욱 활기차 보였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를 나누는 사람들, 연남동에선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듯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프리마켓의 매력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손수 만든 물건들을 파는 곳이 많잖아요.” 따뜻한 남쪽의 참가자 김희연씨는 이곳의 가장 큰 매력으로 ‘특별함’을 뽑았다. 자기 PR의 시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잇’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그라피를 직접 써서 만든 엽서부터 한땀한땀 손으로 자수를 새긴 에코백까지, 대부분의 물건은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었다. 기자도 조금이나마 개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해골문양이 그려진 에코백을 하나 구입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에코백이었다. 독특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손으로 만들었음에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자그마한 지역 축제에서 어느덧 전국구 축제로 발돋움한 따뜻한 남쪽. 이렇게 큰 행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연남동 주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따뜻한 남쪽이 열리는 날이면 주변 어르신들이 참가자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주민들도 참가자 혹은 외부인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즐거움을 느끼죠.” 조성진씨는 주민들과 외부인이 만나 서로 소통하면서 연남동 거리가 특유의 정겨움으로 물든다고 말한다. 연남동 사람들에겐 어느덧 따뜻한 남쪽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문화소비의 장, 그리고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따뜻한 남쪽. 가끔 사람들의 정이 그립다면 연남동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즐거움과 더불어 특유의 따뜻함으로 당신을 맞아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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