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고된 작업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기 마련이죠. 텃밭을 가꾸는 것은 그런 점에서 참 즐거운 활동입니다. 맨땅에 씨앗을 뿌려 물을 주고 병충해를 관리하며 노력을 들이면 이내 푸른 결실을 맺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그 공간이 삭막한 도시라면 보람은 배가 될 겁니다.

  “옥상에서 농사를 지으라고?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재배가 가능해?” ‘도시 농부’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황량한 건물 옥상을 보며 했던 말인데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에어컨 실외기와 환풍기가 놓여있어 삭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습니다.

  5개월 후 옥상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텅 빈 공간에서 상추와 고추가 자라더니 농촌에서나 볼 법한 벼를 수확하는 광경까지 펼쳐졌죠.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본인이 직접 재배한 음식 재료로 쌀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나 영국의 애롯트먼트 가든(Allotment garden) 등 도시구획 안에 시민농원이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개인 텃밭이 잘 마련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텃밭이 공유지에 있어 시민들의 안정적인 사용이 보장되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1974년 생산녹지법이 제정돼 시가지의 농지를 보전하기 위한 세제상의 우대조치가 규정됐습니다.

  국내에서도 도시 농업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만큼 도시 인구가 많은 시대에서 텃밭을 통해 삭막한 도시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죠. 도시농업은 2012년 자연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큰 추진력을 얻게 됐습니다. 앞으로 학교, 공원, 옥상 등 도시 곳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보는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세얼간이도 건물이 가득한 중앙대에 조금의 숨을 불어놓고자 작은 텃밭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마침 편집국 위층에 남는 공간이 있어 그 공간을 활용해 ‘상자 텃밭’을 설치했죠. 근처 흑석 시장 생선 가게로 찾아가 스티로폼 상자 몇 개를 얻었고 그 위에 흙을 담았습니다.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 그리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양재 꽃시장을 방문해 상자 텃밭에서 가꿀 작물과 허브를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빽빽한 방학 계획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텃밭에 들러 물을 주었고 잘 자라기를 바라며 아낌없이 보살폈죠.

  뜨거운 여름부터 시작해 텃밭을 가꾼 지 어느덧 4개월이 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걸 보면 어느덧 수확할 때가 다가온 것 같네요. 세얼간이가 야심차게 준비해봤습니다. 푸른빛이 가득한 텃밭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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