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질문 실태 진단
 
 
   
질문 더 없나요?” 강의를 마치려는 교수의 마지막 한마디. 학생들은 묵묵부답이다. 서로 눈치를 보거나 대놓고 시계를 쳐다보기도 한다. 이미 짐을 싸고 있는데 서둘러 강의를 끝내지 않는 교수가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교수도 학생들이 야속하다고 토로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아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 없는 학생들을 뒤로 한 채 찜찜한 마음으로 강의실을 나서는 교수들,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질문 좀 해주겠니?
  사범대 A강사는 학생들의 질문이 부족해 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A강사에게 질문은 자신의 강의에 대한 일종의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분명 어려운 부분일 것으로 예상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했죠. 그런데 아무런 질문이 없어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곤란했어요.” 학생들의 닫힌 입에 A강사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자세히 알려주며 강의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질문이 없으면 어느 부분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죠. 그래서 질문 없는 강의는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박영준 교수(연구지원팀)는 질문이 곧 강의의 질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통해 강의 내용이 보다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질문하지 못하나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 많은 교수들이 ‘주입식 교육’을 언급했다. A강사 역시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보다는 적기에 급급해 질문이 생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의 말씀을 수동적으로 받아 적으며 수업을 듣죠. 받아 적은 내용을 암기만 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니 대학에 와서도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수용하는 수업에만 익숙해져 있어 질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었다.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대형 강의가 학생들의 질문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습니다. 당연히 사람이 많을수록 질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지죠. 대형 강의일수록 질문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그는 강의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학생과 교수 사이의 질의응답이 오가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정호 강사(국제물류학과)는 강의 중 질문에 대해 학생들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강의 도중에 질문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정말 궁금한 내용일 수 있지만 나머지 학생들에겐 ‘저걸 왜 물어보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거든요.” 언제부턴가 질문은 강의에서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됐다.
 
줄어드는 질문에 교수들의 근심은 늘어만 간다
이제는 강의의 정적을 깨고 질문을 던저야 할 때
일방적인 강의를 탈피해 교수가 먼저 다가가기도
 
질문이 홀대받아선 안 되는 이유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질문이 수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홍식 교수도 질문이 강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은 질문을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수업에서 발견하지 못한 내용을 찾을 수도 있죠.”

  사범대 B강사는 질문을 하며 수업을 듣는 방식이 암기식 공부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동적으로 암기한 지식은 금세 잊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한 지식은 오래 남죠. 질문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질문을 하며 습득한 지식은 일방적으로 수용한 지식보다 오래갑니다.” 질문은 학생들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유도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질문이 주인공인 수업
  학생들의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 교수들은 색다른 수업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나정호 강사는 학생들의 질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 다른 토론식 수업과 구별되는 점은 반드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저는 학생들의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기다립니다. 교수가 먼저 답변을 내놓게 되면 토론 수업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요. 조금 쉬는 시간을 갖고서라도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죠,”

  
   
정효찬 강사(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는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사이의 활발한 질의응답을 위해 학생들이 이야기를 꺼내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중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가 맡고 있는 <유쾌한 이노베이션> 강의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강의는 수강신청이 힘들 정도로 대학 내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먼저 나서서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택했다. “질문하라고 했을 때 바로 말할 수 있는 학생은 드물어요. 편하게 질문이 오고 가기 위해서는 우선 친해져야 하죠.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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