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은 왜 실패한다고 생각하나? 역사적, 사회적, 구조적으로 분석해보자” 직설적인 질문에 침묵으로 답했다. 다양한 이유가 떠오른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원인을 사회에서 찾는 순간 실패의 주체인 대통령이 주변화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은 발상을 요구하자 머릿속은 파르르 떨렸다. 나의 반항을 눈치채지 못한 교수님은 한국의 대통령을 실패하게 만드는 사회적 원인들에 대해 담담히 분석을 이어가셨다.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발전을 위한 분명한 진보다. 한(恨) 많은 민족역사와 미성숙한 민주화 의식, 여전한 지역주의 갈등 양상과 부패에 능한 관료들, 그리고 대통령을 제왕에서 식물로 전락시키는 5년 단임의 임기까지. 지난한 문제들을 꼽아보자니 내 나라의 대통령은 정말 성공하기 힘든 구조 속에 놓여있다며 그들의 실패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불편한 고집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들을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

  지난 한 주 동안 양캠 총학생회(총학)의 한 해와 부장으로 보낸 기자의 한 학기를 점검해봤다. 올해 양캠 총학은 ‘학부 학사구조개편’과 ‘대학 경영진의 비리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여러 사안들을 직면했었다. 그리고 이 사안들에 대한 학생 대표자로서의 역할 역시 계속해서 요구받았다. 여기에 학생사회의 주체인 대학생들의 삶은 청년실업이란 국가적 문제로 인해 점점 더 팍팍해져 갔고 먹고살기 힘들어진 우리 세대는 팍팍해진 삶만큼 학생자치에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의 대학사회에서 리더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것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변명이 되어선 안 된다. “학교 안팎에서 여러 일이 발생해서…”, “학부 학사구조개편을 해결하느라….” 그런 상황적 맥락을 이유로 리더의 실패를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유권자뿐이다. 중앙인 2만 7천여명의 권리를 대변하는 대표자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외부적 원인들을 내세우며 이해를 바라선 안 된다. 그건 변명이기 때문이다.

  대학보도부장으로 한 학기를 시작하며 나 역시 보도부 기자들에게 몇 가지 약속을 했더랬다. 키워주는 보도부, 집중하는 보도부, 가족 같은 보도부. 임기만료를 약 4주 앞둔 지금, 기자들이 그 약속을 어떻게 평가할진 모르겠다. 평가는 온전히 기자들의 몫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물론 나 또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내 실패를 감추려 했던 것을 고백한다. 내가 처음 그린 보도부장의 모습은 분명 지금보다 여유롭고 어떤 문제도 척척 해결하는 모습이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가치판단을 요구받으며 변명은 늘어갔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 기자들에게 이해를 강요한 것은 아니었나,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 구성원을 약속한 길로 인도하고자 더 노력했어야 했던 것은 아니었나. 마지막 수첩에도 반성만 남는다.

  길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양캠의 모든 학생 대표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더 나은 중앙대의 한 해를 위해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바라선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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