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 입학한 지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소위 말하는 ‘대학교 앞 맛집 거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학교 근처 흑석 시장부터 숭실대 입구까지 종횡무진하며 나름의 맛집 탐방을 진행했더랬다. 그 결과 흑석, 상도동에 사는 대학교 지인들도 모르는 다양한 밥집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당장 타 대학 친구만 데려오면 상황이 달라지곤 했다. 축제를 빌미로 놀러 오거나 개인적으로 얼굴을 보기 위해 찾아온 친구들도 정문 앞에서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중앙대 왜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라는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름의 내공으로 이곳저곳을 데려가 결국에는 “오늘 잘 먹고 놀다 가!”란 말을 듣곤 했지만 한편으론 괜히 울적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입맛이 크게 까다롭지 않은 나에게는 북적북적하지 않은 중앙대 근처 밥집을 이용하는 게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학교 앞에 다른 대학처럼 SNS에 나오는 음식점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앞에 맛집이 생기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맛집이 생기지 않는 이유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정리해보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유동인구가 대학교 앞치고는 너무 적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시험 기간 이전에는 저녁 시간까지 학교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교에서 파생된 유동 인구를 차치하고서라도, 흑석동 자체가 이미 인구이동이 활발한 곳이 아니다. 대학교를 제외하면 이곳은 번화가도 회사가 많은 곳도 아닌 데다가 재개발은 차후 몇 년 안에도 예정이 없다 한다. 수요가 적으니 굳이 맛집을 차리면서까지 손님을 끌어모아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도 맛집이 안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 이유를 댈 정도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개선 방향을 잡기 어려운 문제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는 초기 맛집의 빠른 홍보를 도와주는 핵심고객인 여성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이 생긴다 해도, 그리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 학생의 학교 앞 밥집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도 하고 수년간 여러 집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 입맛에 맞는 집이 생겼다고 엄청난 기대에 들뜨지 않는다. 또한 새로 생긴 음식점을 일주일 내내 가는 일도 없다. 따라서 학교 앞 음식점은 남자와 여자 모두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서야 명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정확한 해결 방법이 있기보단 학교 앞에 맛집이 많아지고, 학생들의 기대치가 올라감에 달려 있어 일단 맛집이 많이 생기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중앙대에 맛집이 없는 이유로 협소한 공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앞에 맛집을 비롯한 이목을 끌 수 있는 여러 놀거리가 발전되고 싶어도 학교 앞의 공간이 상당히 좁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는 음식점의 반경을 넓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과거 ‘흑석동 먹자골목’으로 불리며 수많은 갈빗집이 있던 곳까지 음식점이 생긴다면 학생들의 행동반경도 넓어질 것이다. 사실 짧은 점심시간에 그곳까지 나가기는 어려워도 공강 시간이 넉넉하거나, 방과 후 적당한 저녁을 먹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그 정도의 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흑석 안에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우리들의 즐길 거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요새 발길을 찾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 한때 갈빗집의 대명사이던 호남갈비마저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한산하지만, 언젠가 예전처럼 다시 학생들이 북적북적한 흑석동 먹자골목이 형성되길 바라본다.

홍유진 학생
응용통계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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