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험실습비의 정체를 알고 싶다’ 지난달 29일 205관(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공계 실험실습비 대책위원회(대책위)’가 내건 문구입니다. 대책위는 대학본부에 이공계열 학생들의 실험실습비 사용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죠. 이공계열의 등록금이 높은 이유가 실험실습비 때문이라면 그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저는 바로 그 실험실습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우선 실험실습비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책위가 말하는 실험실습비와 예산편성상의 항목인 실험실습비가 다르기 때문이죠. 대책위는 실험실습비가 등록금에 포함돼 학생들이 납부하는 비용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 실험실습비는 학교에서 등록금 수입과 비등록금 수입으로 편성한 수입을 바탕으로 계열별로 책정해 지출하는 비용입니다. 특정 학문단위만 실험실습비를 내고 그 혜택을 받는 구조가 아닌 셈이죠.

  실험실습비는 5개의 계열로 구분된 학문단위별로 각각 다르게 배정됩니다. 계열별 학생 1인당 배정된 실험실습비 단가에 해당 계열 정원수를 곱해 책정된 금액이 계열별로 지급되죠. 1년에 학생 1인당 인문·사회계열은 2만8000원, 이학·체육·간호계열은 17만9000원, 공학·예능계열은 20만3000원, 약학계열은 24만1000원, 의학계열은 27만7000원의 실험실습비가 배정되는데요. 계열별 금액의 차이에 대해 예산팀 장우근 팀장은 “이공계열, 예체능계열 등의 경우 커리큘럼상 절반 정도가 실험 및 실습수업이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기자재들과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해 더 높은 금액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의 실험실습비의 경우 강의실에 비치된 소모품 구매와 명사특강, 현장실습, 산업시찰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실험실습비는 각과실습비와 단대유지관리비로 분류되며 각각의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데요. 각과실습비는 실험실습재료 구매비, 실험기자재 구매비, 교육활동경비, 현장실습비, 기타 경비로 쓰입니다. 단대유지관리비는 실험기자재 유지·보수비로 쓰이게 되죠. 각과실습비가 학과별로 배정될 때 학과장은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와 집행내역서를 단대학장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단대유지관리비의 경우 단대학장이 직접 운용하게 되죠.

  학생들이 실험실습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가 미흡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험실습비 운영내규(운영내규)에 따르면 실험실습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인데요. 매년 4월 중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 매년 12월 중 실험실습비 집행내역서를 전공 홈페이지와 전공 게시판에 게시해야 하죠.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전공이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72개의 학문단위를 전수 조사해본 결과, 단 12곳만이 올해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를 게시해 놓은 상태였죠. 일부 학문단위에서는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를 게시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내린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운영내규에는 공개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간호대 교학지원팀 조영란 팀장은 “전공 홈페이지에 게시할 경우 전공학생들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후에 공지내용을 삭제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와 집행내역서를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는 있지만 이를 어겼을 시 처벌해야 한다는 벌칙 조항도 없는 상황이죠.

  실험실습비 사용계획서와 집행내역서를 공지해도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사용계획서와 집행내역서를 게시한 학과 중 대부분이 세부사항에 대한 설명 없이 실험실습비의 용도에 나온 명칭 그대로를 옮겨 금액만 표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학생들이 공지된 내용을 확인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실습재료나 실험실습기자재를 마련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실험실습비 논란. 명확하지 않고 강제성 없는 사용내역 공개 규정으로 인해 학생들의 궁금증은 계속해서 가중될지 모릅니다. 더욱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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