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절정이다. 온 산이 붉게 물들고 있다. 젊은이들의 가슴에도 물이 든다. 대학에 있는 나도 그들만큼이나 물들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일어나는 어김없는 시간의 흐름이다. 대학은 봄의 싱그러움과 동시에 시작되고 여름의 활력을 거쳐 가을의 낭만과 결실 맺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학을 구성하는 이들이 이 가을 무엇을 찾아야 할까?

  내가 맡은 과목 중에 <도시탐방>이라는 수업이 있다. 이 수업은 도시공간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발굴하여 누구나 찾고 싶은 곳으로 변신시키는 일종의 마법을 부려보는 시간이다. 그저 아무렇게나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이 같은 마법의 소중한 재료로 재탄생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도시탐방> 수업이 좋은 도시와 행복한 시민을 만드는 과정으로 고안된 수업이라면, 도시여행은 좋은 도시를 탐방하며 행복한 시민들을 만나는 일상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은 새로운 생각 꾸러미를 여는 열쇠다. 움직이는 기차나 버스, 배와 비행기 속에서 우린 쉽게 생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창밖의 흘러가는 풍경이나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내적인 사유는 술술 풀린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앞에 펼쳐진 풍경이 절묘한 함수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자신만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도시는 인류가 탄생된 이래 수백만 년을 살면서 찾은 최고의 정주환경이다. 아프리카의 초원을 떠난 인류의 긴 유랑여행은 머물러 살 수 있는 삶의 양식을 체득하자 멈추었다. 이제 인류는 농업혁명으로 유량에서 정주하게 되었고, 산업혁명을 통해 핵심 정주환경으로 도시를 등장시켰다. 초기 도시화가 많은 문제를 유발하기도 했지만 도시공학의 발달로 인류 대다수는 도시에 정착해 더욱 발전된 삶을 누리게 되었다. 봉착된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과제에 대응하여 지속 생존의 삶 터를 지향했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자기실현이라는 최고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어바니스트(urbanist)들의 기여가 주요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긴 여정에서 발휘해온 지혜들은 도시에 마법처럼 녹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알찬 자양분이 되고 있다.

  우리네 대학생활도 이런 마법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여행을 떠나야 할까? 가을이 주는 낭만이 멋 나지만 그간의 내가 뿌린 땀을 거두는 결실은 더 맛날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살펴보고 활용할 수 있는 것들도 확인하여 어떠한 모양으로 나만의 ‘로사리오’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곧 겨울이 온다. 그저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누구든 앞서 맞서는 자가 승리한다. 수없이 많은 땀방울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시여행의 마법으로 알알이 엮을 수 있다면, 이 가을 이 도시는 여러분을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다.

배웅규 교수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도시시스템공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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