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인 것 같아요.” 이번호 ‘편견’이라는 주제로 외국인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들 앞에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기자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그 말에서 그간 겪어 온 오래된 상처가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상처는 바로 저 자신일지도 모르는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것이었으니까요.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지 못하고 결국 외국인끼리 어울리게 된 일부터, 근거 없는 인종 차별을 받아야 했던 일까지. 그들이 한국이라는 땅에 정착해 부딪힌 벽들은 너무도 공고했죠. 한 남학생은 거듭되는 차별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한 학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문득 이번학기 취재를 하며 만났던 스무 명 남짓한 외국인 학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낯선 한국에서 그들의 오늘 하루는 안녕했을까요.

  ‘중앙대학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2학기 학부와 대학원을 통틀어 중앙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의 수는 총 2105명이었습니다. 대학 교육의 국제화 흐름에 따라 중앙대 차원에서 유치하는 외국인 학생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는데요. 외국인 학생 비율과 외국인 교수 비율로 대표되는 소위 ‘국제화’ 지수는 대학 순위를 매기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낯선 이곳까지 날아와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중앙대의 대학평가 순위는 어느 정도 높아졌을지 모릅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은 국제화 속에서 점차 ‘고립’되어가고 있었지만요.

  흔히 타국 생활은 외롭다고 말합니다. 말은 쉽게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내국인으로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일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제가 만났던 스무 명 남짓한 외국인 학생들은 모두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요. 이들은 한국 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고 있지 않은데요. 우리는 왜 가까워질 수 없는 걸까요. 내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학내 교류 공간으로서 서울캠 학술정보원 2층에 있는 E-Lounge가 있지만 지속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죠.

  이럴수록 진정한 국제화의 첫걸음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제화’라는 말을 너무 거창하게 받아들여 따라가야 할 세계의 흐름 또는 대학이 주도해야 할 목표쯤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국제화의 산실인 외국인 학생들은 이미 우리 곁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라도 주변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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