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11.08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날 국제화를 향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많은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요. 그 결과 중앙대 캠퍼스 안에서도 외국인 학생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국제화를 이루었다고 해서 우리의 의식도 발맞추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번주 세계의 눈에서는 ‘편견’을 주제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서 직접 경험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예솔 : 안녕하세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라보 : 반가워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딜라보라고 합니다. 국어국문학과 석사 3차예요.
크 : 저는 태국에서 온 정치국제학과 2학년 밍크라고 합니다.
용일 : 안녕하세요. 중국에서 온 김용일입니다. 경영학부 3학년이에요.

곳곳에 도사린 편견은 아프다
: 이번 주제는 ‘편견’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은 물론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편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한국에서 생활하시면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 우선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라고 하면 영어를 잘하는 백인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항상 차별을 느꼈거든요. ‘영어 잘해?’라고 물어보고 잘 못한다고 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없고요.
: 왠지 영어권 나라에서 왔을 것 같긴 해요.(하하)
: 그런가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저랑 친해지려던 한국 학생이 있었는데 제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고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결국 관계가 끊어졌어요. 수업 중에 편견을 느끼기도 했죠.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과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교수님께 ‘너는 한국에 공부하러 왔니? 아니면 결혼하러 왔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 상식 밖의 일인데요?
: 네, 그때 깜짝 놀랐어요. ‘당연히 한국에 공부하러 왔고, 아직 나이도 어린데 웬 결혼 얘기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로는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돌아올 대답이 두려워서 누군가 ‘아가씨는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중앙아시아에서 왔다고 대답하고 말아요.
: 중국 학생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에요. 돈이 많거나 돈 벌러 온 줄 알거나.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부자야?’, ‘집은 얼마나 넓어?’라는 질문이 이어져요. 집이 부자가 아니라고 말하면 한국에 돈 벌러 왔냐고 물어보고요. 저는 한국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러 온 것뿐인데 말이에요.
: 맞아요. 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집이 잘 사는구나’라고 말하니까 대체 한국은 얼마나 잘 살기에 그러나 싶었죠.
: 집안이 좋아 보이면 괜히 더 친해지려고 하고 반대로 집안이 좋지 않아 보이면 인사를 주고받아도 다시는 볼 일 없는 사람인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대해요.
: 유럽이나 미국 출신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대하죠.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이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 가더라도 국적에 따라 다른 편견을 가지는 것 같아요. 한국 학생들은 주로 유럽, 미국 출신 외국인과 어울리죠. 외국인이라고 다 같은 외국인은 아닌가 봐요.
: 맞아요. 서구를 우월하게 여기지만 아시아 지역은 자신들보다 낮다고 여기는 느낌이에요. 다 똑같은 사람인데.
: 저만 그렇게 느꼈나 했는데. 저도 동남아 지역에 대한 차별을 느꼈어요. 한번은 영국인 친구랑 같이 길을 걷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각각 물어보시고는 영국인 친구하고만 대화하고 가시는 거예요. 학교 생활하면서도 이런 부류의 차별을 종종 느꼈던 것 같아요.
: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인은 착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편견 때문에 돌아가고 싶더라고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저와 함께 유학 왔던 남학생은 결국 차별을 참지 못하고 한 학기 만에 돌아갔어요.
: 제가 생각하기에 외국에서 생활해본 한국 사람은 외국인을 편견 없이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요. 한국에만 살던 사람들은 편견이 심한 경우가 많죠. 우물 안 개구리처럼.
: 여행을 다녀오면 시야가 넓어진다고도 하잖아요.
: 맞아요. 어떤 한국 사람은 태국에서 아직도 코끼리 타고 학교 가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요. 100년 전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어요.
: 중국 사람은 더럽다는 한국인의 인식이 있잖아요. 옛날에는 수도 시설이 좋지 않았다지만 요즘에도 그런 인식이 남아 있다는 게 너무 황당해요.
: 히잡을 쓰는 제 친구에게 어떤 한국 사람이 ‘머리는 감아?’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 친구는 머리를 하루에 두 번씩 감고, 기도하기 전에도 꼬박꼬박 씻는 친구인데 말이에요. 편견이 있으니까 그렇게 물어본 거 같아요.
: 그런 고정관념이 곧 차별로 이어지는 거겠죠.
: 맞아요. 편견과 차별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려고 했지만 이제는 입만 아파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요. 중국에 여행 가서 직접 경험해보라고 하면 불안해서 중국 여행을 어떻게 가냐고 말하더라고요.

환상이 깨진 순간
: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에 대해 가졌던 편견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시끄럽다는 편견이 있어요. 저는 한국에 와서 생활하다 보니 그런 인식이 사라졌죠. 그런데 방학 때 만난 태국 친구가 제 목소리가 너무 크다며 ‘한국인 다 됐다’고 하더라고요.(하하)
: 중국 와보면 깜짝 놀라겠네요. 
: 저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생긴 환상이 있었어요. 한국 남자는 다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처럼 자상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어제는 친구랑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앞에 가던 남학생이 문을 잡아주지 않아서 문에 얼굴을 부딪힐 뻔했어요.
: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은 다들 순수하고 착해 보여서 저도 환상을 가진 적이 있어요.(하하)
: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도 들었는데 몇몇 노인 분들 빼고는 서울에서 그런 따뜻함을 느끼기 힘들어요.
: 저는 한국 오기 전에 한국인들이 되게 활발하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에서 사귄 한국 친구들이 다들 유쾌하고 잘 노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말을 잘 걸지 않더라고요. 외국인이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기란 정말 힘든 일 같아요.
: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요. 다가가기 어렵죠.
: 처음에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가면 오는 게 있어야 친해지기 쉬운데 먼저 다가가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고 뚝 끊겨버리니까요. 여학생들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걸로 오해하기도 하더라고요.
: 처음에는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돌아갈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너무 외로웠어요. 엄마랑 통화할 때마다 울면서 돌아가고 싶다고 했죠.
: 태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우연히 옆에 앉은 사람과도 인사하고 대화를 나눠요. 반면 한국에서는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죠.
: 맞아요. 3인용 책상에서 가운데 자리는 비워놓고 앉고요.
: 저는 지금도 혼자 앉아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스트레스가 어떤 건지 몰랐는데 ‘이게 바로 스트레스인가’라고 느꼈어요.
: 친해지고 싶어도 이미 똘똘 뭉쳐있어서 무리에 끼기 힘들어요. 무리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복학생이나 외국인 학생들이죠. 그러다 보니 한국에 와서 한국 친구들보다 외국인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게 됐어요. 한국 친구들도 대부분 외국인 교류 모임에서 만난 거고요.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없던 사람들이죠.
: 우즈베키스탄은 한국보다 외국인이 많지 않지만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요. 한국은 이미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도 낯설어하는 것 같아요. 전철에 타면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일부러 창문을 보면서 간 적도 있어요.

편견의 처방, 백문이 불여일견
: 아직 한국 사회가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한국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라고 느끼시나요?
: 그렇다고 생각해요. 외국인에 대한 차별대우도 심한 것 같고요. 한국말을 당연히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외국인 학생을 제외한 저희 같은 학생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마치 ‘외계인’ 취급을 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유럽계 학생들은 저희와 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외계인으로 분류되는 것 같아요.
: 하지만 점점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봐요. 저희 아버지는 10년 전에 한국에 오셨는데 그때보다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덜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그래도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편견을 가진 일부 사람들에게 직접 경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느 나라든 외국에 나가 견문을 넓히면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한 사람을 보고 나서 외국인 전체를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맞아요. 귀로 들은 것보다 본인이 경험한 것을 믿었으면 해요.
: 오랫동안 자리 잡은 차별적인 인식을 한 번에 깨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교류하다 보면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싶어요.
: 아무래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네요. 국가 간 이해의 폭도 넓어져야 하고요.
: 맞아요. 그리고 ‘나는 한국인, 너는 외국인’이라고 암묵적으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해요. 차이를 의식하는 순간 곧 차별이 될 수 있으니까요.

딜라보
(국어국문학과 석사 3차)
예쁜 눈이 인상적인 우즈베키스탄 여학생. 학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정부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흥이 많은 그녀는 노래방에 가서 가수 ‘빅뱅’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

밍크
(정치국제학과 2)
태국에서 온 그녀는 요즘 무척 춥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몸을 녹이는 것이 낙이다. 여름방학 동안 중국과 홍콩 여행을 다녀온 후로 살이 쪘다는 그녀는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다.

김용일
(경영학부 3)
페이스북을 사랑하는 중국 유학생. 겉모습은 상남자이지만 유행하는 색상과 화장법을 추천해줄 정도로 미용에 관심이 많다. 최신 한국 미용에 관한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고. 현재 한국방문위원회(VKC)에서 미소 국가대표 13기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