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도착한 메시지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11.0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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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OECD 34개국 중 터키, 그리스, 아이슬란드는 국정화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는 자유발행제 또는 검인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번 세계의 눈에서는 핀란드와 터키에서 온 두 유학생으로부터 각국의 역사교육과 역사인식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생소했던 두 나라의 역사 이야기는 덤이었죠.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진정한 역사의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눈 현장으로 들어가 보시죠.

 

찬란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터키
암울한 시기를 이겨낸 핀란드

교과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교육의 도구
역사교육에는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터키에서 온 하칸이고요.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이 지났네요.
: 안녕하세요. 핀란드에서 온 안나입니다.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전공 석사 1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한국에 온 지는 1년 정도 되었어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 이번 주제는 ‘역사의식’인데요. 각국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짚어봄과 동시에 역사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편인가요? 
: 주제가 역사라니 제대로 부르신 것 같네요.(하하) 사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매우 많아요. 한국 역사도 잘 알고 있고요. 최근에는 <동양사의 이해> 수업을 들으며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의 역사에 대해서도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 열정이 느껴져요. 역사 시간에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역사라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전부예요. 대학에 와서도 역사책을 따로 찾아 깊이 공부해본 적 없죠. 그래도 기본적인 수준의 역사는 알고 있어요.
: 터키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음식이고 다른 것은 역사예요. 한때 북아프리카와 유럽 일부, 서아시아 지역이 오스만 제국의 깃발 아래 놓였었잖아요. 우리 조상들이 지중해 전역과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를 정복하며 번영을 누린 시기가 있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죠. 
: 수업 시간에도 오스만 제국 시기를 자세하게 배워요?
: 당연하죠. 당시 오스만 제국이 아랍권까지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아랍 역사도 같이 배워요. 과거에 비하면 요즘 터키는 자랑할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해요.
: 왜요? 터키는 인구가 많고 자원도 풍부하잖아요.
: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위상이 많이 떨어졌죠. 세계적 수준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터키에서 왔다고 하면 외국 사람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것 같아요. 부강했던 역사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과거만 추억하다 오늘의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해요.
: 핀란드 역사는 어때요? 오늘날 핀란드는 북유럽의 대표 복지국가로서 선진국 이미지가 강한데요.
: 그렇죠. 하지만 핀란드도 가난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핀란드는 오랫동안 다른 국가에 귀속되어 있었거든요.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독립한 뒤에야 비로소 핀란드 공화국이 수립되었죠. 그 이후로 제2차 세계대전을 겪긴 했지만 점점 발전해가고 있는 것 같아 자국민으로서 자랑스러워요.
: 한국은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딛고 독립을 이룬 역사가 있어요. 뼈아픈 과거지만 힘든 시기에 독립을 위해 애쓴 독립 운동가들을 보며 자긍심을 느끼죠.
: 잘 알고 있어요. 결국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이뤄냈잖아요.
: 그런 점에서 한국과 핀란드는 역사적인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노력 끝에 다른 나라로부터 독립했고, 낙후된 상태에서 성장을 이뤄내 지금은 고도로 발전한 국가가 되었죠.
: 역사라는 것이 결국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아요. 오스만 제국 시기가 터키의 황금기였던 반면 지금은 미국, 유럽 등이 소위 잘 나가는 국가가 된 것처럼요.
: 맞아요. 그렇다면 부끄러운 역사는 있나요?
: 핀란드는 러시아 혁명 후에 독립을 선포했지만 내전이라는 암울한 시기를 거쳤어요. 하나의 국가 안에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지지하는 사회주의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비사회주의 세력이 대립했죠. 양쪽의 세력 다툼으로 사회적 갈등이 빈번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한동안 그 시기에 대한 언론 보도나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내전과 관련된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분위기였어요. 
: 터키의 부끄러운 역사라면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뒤를 꼽을 수 있죠. 화려했던 제국의 시기가 끝난 후, 터키 정부가 군사정권을 수립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잡혀갔어요. 하지만 정작 역사 시간에는 이런 내용을 자세히 배우지 못해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따로 사료를 찾아 공부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되었죠. 역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덥네요.(하하)

유일한 하나는 부패하기 쉽기에
: 좀 가라앉히시고요. 그렇다면 각국의 역사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솔직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보지 않아요. 부끄러운 역사를 그럴듯하게 포장하죠. 오스만 제국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가 오스만군이 싸우기에 너무 추웠기 때문이라고 날씨 탓을 한다든지 말이에요. 터키 정부가 수립될 당시 일어났던 여러 비민주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우지 못했어요.
: 어려운 질문인데요.(하하) 핀란드의 역사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역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 양질의 공교육 체계를 갖추고 열린 교육을 지향하고 있죠. 실제로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 부럽네요. 최근 한국에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뜨거운 감자예요. 국정 교과서란 정부가 교과서를 집필하고 발행하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매우 안 좋게 생각해요. 핀란드에서는 정부가 학문 분야에 지나치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어요. 학문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죠. 정부에 의해 역사가 서술된다면 역사의 민주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으니까요.
: 왜 굳이 역사 교과서를 한 권으로 통합하려는 걸까요? 비민주적인 발상 같아요. 독재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죠. 권력을 누릴수록 자기 과신에 빠져 결국 독재의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거든요. 학생들이 보고 배울 역사 교과서를 정부의 입맛대로 집필하는 것은 막아야 해요.
: 핀란드의 역사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라고 들었어요.
: 맞아요. 핀란드에는 다양한 역사 교과서가 있고 교사는 이 중에서 수업 시간에 쓰일 교재를 선택할 수 있어요.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느냐는 교사의 교육적 권리예요. 그래서 교과서의 질과 교사의 가치관이 중요하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는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덕분에 학생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자국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어요.
: 한편 터키는 OECD 국가 중 그리스, 아이슬란드와 함께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물론 교과서 외에도 시중에 출판된 책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시각을 배울 수 있지만 교과서가 다양하게 발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교과서를 쓰면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과 자율성을 갖추기 힘들 테니까요.
: 역사는 물리학이 아니잖아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핀란드에서도 내전이나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서 핀란드의 역할에 대해 저마다 다른 견해가 존재해요. 한 가지 시각으로만 역사를 볼 수는 없죠. 그게 곧 역사 왜곡 아닌가요?

돌고 도는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
: 마지막으로 역사를 인식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에요.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을 현재도 되풀이하죠.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역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맞아요. 역사는 옳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해요. ‘나’라는 존재도 역사의 일부이고요. 역사를 모른다면 현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역사교육은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칸
(심리학과 3)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심리학도.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전쟁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을 친근하게 느꼈다고 한다. 망설임 없이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유학 생활이 길어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도 크다고. 졸업 후엔 터키로 돌아가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안나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 전공 석사 1차)

그녀는 우연히 접한 한국어에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힙합 음악에 어우러진 한국 노랫말이 좋다고. 핀란드에서 국제개발협력을 전공하고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장차 두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친절한 친구들 덕분에 즐겁게 적응하고 있다.

 

<간추려 보기>

 

▲ 붉게 표시된 영역은 전성기 오스만 제국의 영토. 하얀 테두리 안은 현재 터키의 영토.

 

터키
지중해 동쪽 연안에 위치한 터키는 기나긴 제국의 역사가 있다. 특히 오스만 제국 시기에는 그 영향력이 지중해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오스만 제국이 분열한 뒤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었고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이 단행되었다. 한편 정치적 탄압과 종교 갈등, 재정 적자가 심화되면서 1960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핀란드
오늘날 핀란드 지역은 오랫동안 스웨덴 왕국의 일부였다. 스웨덴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핀란드 지역은 러시아에 속해 있었다. 민족 운동이 싹트면서 1917년 마침내 핀란드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핀란드는 이념 갈등에 따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의 전쟁을 겪은 후 민주적인 복지국가를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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