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하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조언이 있었습니다. 학생 때 놀고 즐기라는 부류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더는 놀고만 있을 수 없는데 계속 즐기라는 건 제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저를 받아주는 회사 하나 없었던 지난해 가을은 취준생이었던 저에게 가장 고독한 계절이었습니다. 결국 졸업유예까지 하며 학생 신분을 유지한 저는 재수 끝에 올해 기업공채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역량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지금, 중요하게 강조되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상반된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입사 후 지인들에게 저의 자기소개서를 보여 준 결과 많은 이들이 ‘합격할 만하다. 글이 좋다’고 해주었습니다. 해당 자기소개서는 서류전형에 낙방했을 때 작성된 자기소개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 말이죠. 같은 내용의 글이 상반된 평가를 듣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취업과 관련된 조언이나 정보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10명을 모집하는 회사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하는 오늘날 대부분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됩니다. 취업관문이 좁은 것이 공공연한 현실임에도 우리는 금세 실망하고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 걸까?’라고요.

  중요한 것은 결국 취업에 임하는 자세와 탈락 후의 대처 방안일 것입니다. 2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해 모두 탈락했다고 해서 자신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토익점수 하나 없이 복수의 회사에 합격한 후배와 좋은 스펙을 갖췄지만 많은 기업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수한 탈락을 겪었을 때 크게 낙담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여러분은 손에 닿지 않아 먹지 못하는 포도를 신 포도라고 생각하는 이솝 우화를 아시나요? 저는 취업을 ‘신 포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떨어뜨린 회사는 분명 문제가 있는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죠. 이런 생각은 제 자신감을 유지해줬습니다. 신 포도를 먹지 못했다고 더 이상 기분 나빠하거나 제 탓을 하지 않게 되었죠.

  신 포도를 떠올리는 것은 면접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관심 없는 상대에게 우리는 두근거리지 않죠. 그러니 자연스레 사무적인 말투와 눈빛으로 상대를 대하게 됩니다. 합격자를 결정하는 면접인 만큼 긴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목전에 둔 달콤한 포도에 군침 흘리지 않을 사람 없겠지만 그럴수록 침착해야 하죠. 실제로 면접장에서 준비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동문서답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울음을 터뜨리는 분들도 여럿 보았습니다.

  저는 면접장을 갈 때 외워간 답변도 없었고 긴장도 되지 않았습니다. 신 포도를 먹을 때 긴장하는 사람이 있던가요? 면접장에서 떨지 않았던 저는 자연스레 면접관과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고 실제 저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을 겁니다. 기업에 여러분을 맞추지 마세요. 여러분은 괜찮은 사람이기에 더 당당하고 낙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떨어진 회사는 신 포도에 불과하니까요.
 
송치성 동문
역사학과 0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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