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과 영화 상영 프로그램 운영
페미니즘과 퀴어 인식 전환 시도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중앙대 페미니스트&퀴어 영화제(FUQ)’가 열렸다. ‘FUQ’는 Feminists Unite with Queers의 약자로 페미니즘과 퀴어 이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학내 소수자 인권 감수성을 고취시키고자하는 목적으로 기획된 행사다. 이번 행사는 학내 자치언론인 녹지와 중앙문화,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 성평등위원회 씨:리얼, 자유인문캠프 등이 연합해 주최했다.

27,28일은 페미니즘, 29,30일은 퀴어를 주제로 행사가 진행됐다. 페미니즘의 경우 ‘대학 내 성폭력’, 퀴어의 경우 ‘고정 관념 깨기’를 세부 주제로 삼았다. 행사 기간 오후 1시에는 204관(중앙도서관) 미디어실 A룸에서 페미니즘, 퀴어 이슈와 관련된 영화를 1편씩 상영했고 저녁에는 영화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 연사의 관련 강연이 번갈아가며 진행됐다.

기자는 행사 중 이나영 교수(사회학과)의 페미니즘 강연 ‘쾌락과 위험 사이, 욕망과 폭력 사이’와 퀴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상영에 참가했다.

페미니즘적 성희롱 예방 강연 열려
이나영 교수의 페미니즘 강연은 지난달 28일 106관(제2의학관) 301호에서 진행됐다. 이나영 교수는 대학 사회 내부에 만연한 성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페미니즘 담론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자며 강연을 시작했다. 성희롱과 성폭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여러 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위가 있으면 상대방을 취할 수 있다는 무의식이 아직 사회 구성원들에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성희롱은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분명한 상하 관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성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성희롱이라고 부른다.

성희롱은 상황에 따라 ‘환경형’ 성희롱과 ‘조건형’ 성희롱으로 나뉜다. 환경형 성희롱은 성차별에 기반한 언사나 행위로 적대적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조건형 성희롱은 어떤 대가를 두고 성적 보답을 요구하거나 성적 요구에 불응할 때 고용상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나영 교수는 둘 중 조건형 성희롱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이익이 명백한 상황에서 그것을 감수하고 성적 요구를 거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나영 교수는 학내에서 조건형 성희롱이 팽배한 이유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성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영 교수는 “특히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의 경우 젠더 감각, 즉 성 평등 감수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성 평등 감수성이 부족한 탓에 학내에서 교수에 의한 여학생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교수가 아닌 피해 여학생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나영 교수는 “사건 발생 후 여학생에 대해 단정적인 추궁이 이어지는 것은 남성 위주의 프레임에 갇힌 시선 때문이다”며 “설령 상하관계의 권위에 눌려 숙박업소에 같이 갔다고 해도 그것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성의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대상화된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나영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학생이라는 최고의 지위를 활용해 졸업 전까지 학내에 퍼진 성 문제를 지적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졸업 후 사회에서 사람들의 성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프레임을 단순히 굳어진 문화적 관습으로 여겨 포기하지 말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폭력에서 젠더 폭력으로 논의의 범위를 확장해가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인식을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연을 끝냈다.

퀴어 인식 개선을 위한 영화 상영해
퀴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상영은 지난달 30일에 이뤄졌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안 감독의 작품으로 2005년 북미에서 개봉한 서부극 퀴어 영화다. 브로크백이라는 산에서 양치기를 하다 만난 20살의 잭과 에니스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한다. 둘은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린 다음에도 이따금씩 만나 애정을 나누는 관계를 지속하며 그 안에서 번민한다. 결국 잭은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에니스는 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상영회에 참석한 김유림 학생(가명·사과대)은 “퀴어 영화를 공유하려는 취지는 좋았지만 생각보다 상영회가 단순하게 진행됐다”며 “부가적인 설명이나 토론장이 마련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중국인 유학생 김민준 학생(문예창작전공 2)은 “한국에서는 중국보다 퀴어에 대한 시선이 더 따가운 것 같다”며 “원래 한국의 인식적 문제인지, 주최 측의 홍보 부족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참석자가 적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