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가드너들이 꿈꾸는 도심 속 푸른 혁명
  • 김석철 기자
  • 승인 2015.11.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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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게릴라 가드너들

 

 
 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로버트 뱅크시의 대표작 ‘꽃을 투척하는 사람’. 화염병 대신 꽃을 들고 있는 시위대를 표현한 이 벽화는 ‘꽃으로 삭막한 도시환경에 대항한다’는 게릴라 가드닝의 취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담벼락에 허가 없이 스프레이를 뿌려 그림을 그리는 그는 표현 방식마저 소유권이 없는 땅에 정원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과 닮아있다. 여기 작품 속 남자처럼 꽃을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그린 게릴라’라고 칭하며 버려진 땅에 꽃을 심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꽃으로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그린 게릴라의 선봉장을 자처한 이들은 바로 대학생들. 건국대 동아리 ‘KU:FlO-WER(쿨라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3년, 식물을 가꾸는데 관심이 많았던 환경과학과 학생 10명이 모여 만든 쿨라워의 첫 번째 목표는 학교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건대입구역’ 주변부터 학교 내부 곳곳에 이르기까지 지저분한 곳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손길이 닿았다.
 
 쿨라워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본격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꽃을 심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흙과 씨앗을 뭉쳐 땅에 투하할 수 있도록 만든 ‘씨앗폭탄’을 나눠줬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에 조금씩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늘어난 관심을 반영하듯 10명이었던 쿨라워의 인원은 어느덧 80명에 이르렀고 그 크기도 단대규모로 커졌다. 쿨라워 권정민 회장(건국대 녹지환경계획학과)은 “꽃을 심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다가와 관심을 보인다”며 “게릴라 가드닝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꽃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하도록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위주로 장소를 선정했다. “황폐했던 길거리에 심어진 꽃을 보면서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해요.” 게릴라 가드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기분 좋다는 권정민 회장. 앞으로도 쿨라워는 꾸준한 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즐거움을 심어 줄 예정이다.
 
▲ 건국대를 벗어나 외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쿨라워, 페트병에 심은 꽃들을 벽에 매달아 청계천의 일부 구간을 변신시키고 있다. 사진제공 KU:FlOWER
 도시환경 개선에 발 벗고 나선 학생들
 지난 9월 23일과 30일엔 원광대 환경조경학전공 4학년 학생들이 게릴라 전투를 벌였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그동안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들은 ‘익산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수목을 조성하기 적합한 땅을 찾아 시내 곳곳을 누볐다. 그 결과 선정된 장소는 ‘영등동 동부시장 버스정류장’과 ‘남중동 전북기계공고’. 방치된 폐타이어와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식재를 진행했다.
 
 “쓰레기가 버려진 곳에는 계속해서 쓰레기가 쌓이게 되죠.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으면 쓰레기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지도교수인 김상욱 교수(원광대 환경조경학전공)는 이번 활동의 성과로 도시환경 개선을 꼽았다. 길거리가 깨끗해지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조성된 녹지는 빗물을 정화해주는 ‘레인가든’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학생들의 작은 움직임이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시민이 합심해 만든 녹지공간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직접 게릴라 가드닝을 권장하고 나선 곳도 있다. 청주시는 쓰레기 투기지역이나 버려진 공간에 시민들이 직접 화단이나 공원 등의 녹지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꽃이나 나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활동에 참여한 시민들만 해도 1000여명, 횟수는 35회에 이른다. “관에서 일방적으로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데서 벗어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사업을 진행했어요. 시민들은 서비스의 수혜자인 동시에 제공자가 되는 거죠.” 청주시 공원정책과 녹지조성팀 류충무 주무관은 시민들이 직접 게릴라 가드닝을 하면서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게릴라 전투로 도시의 공간을 차츰 쾌적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게릴라 가드너들, 이들의 힘을 모아 대규모의 녹색부대를 구성한 지자체의 노력까지. 두 주체가 합심해 만든 녹색부대의 화력은 도심 곳곳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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