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각개전투
  • 서성우 기자
  • 승인 2015.11.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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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 빼곡히 들어선 건물,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인구. 도시의 삶은 무언가로 항상 가득 차있어 맘 편히 숨 쉴만한 공간 하나 없습니다. 호흡이 가빠올 때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시민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공터를 치워 정원을 가꾸고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도 꽃을 심었죠. 이처럼 자신의 땅이 아닌 곳에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주 세얼간이들은 서울의 한가운데인 상도동과 흑석동을 돌아다니며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했습니다. 버스정류장과 으슥한 골목과 같이 도시의 삭막한 공간도 꽃과 식물들로 화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릴라 가드닝, 세얼간이의 ‘게릴라 정원’으로 함께 가보시죠.   
 
 
 
 
●문화돋보기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까? 아무리 걸어가도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다면 보통 가로수나 골목 어귀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슬쩍 자신의 쓰레기를 보탤 것이다. 이런 습성 덕에 쓰레기가 모인 곳은 더 많은 쓰레기를 불러들이고 결국에는 쓰레기장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1973년 리즈 크리스티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미국 뉴욕의 보워리 휴스턴 지구의 지저분한 공터에 기습적으로 꽃밭을 만들었다. 뉴욕 시민들은 쓰레기로 뒤덮여있던 공터가 꽃밭으로 변한 것을 반겼지만 땅 주인은 ‘불법 침입’을 이유로 리즈 크리스티를 고소했다. 그러나 리즈 크리스티는 ‘아무리 자신의 땅이라 할지라도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고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사람은 땅에 대한 권리가 없다’며 역으로 주인에게 소송을 걸었다. 이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리즈 크리스티가 벌인 게릴라 운동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30여개국 이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공장소나 사적소유권이 부여되지 않은 공간에 정원을 가꾸는 활동’이라는 의미의 게릴라 가드닝은 이후 대중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쓰레기가 가득한 곳부터 전봇대, 길가의 화단까지, 꽃을 심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게릴라 가드닝의 대상이 됐다. 단순히 지저분한 곳을 치우고 가꾸는 것에서 나아가 도시 환경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게릴라 가드너들은 스스로를 ‘게릴라 대원’이라 칭하며 황폐해진 도시의 환경에 대항한다.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단체를 조직한 리처드 레이놀즈는 그의 저서 『게릴라 가드닝』에서 게릴라 가드닝을 ‘작은 전쟁’, ‘혁명의 씨앗’ 등으로 표현하며 도시 환경을 파괴하는 것들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도시 환경과의 전투는 ‘게릴라’의 의미를 살려 초기에는 어두운 시간에 소규모 인원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게릴라 가드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사람들에게 도시를 가꾸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출이 많이 될 수 있는 낮 시간에 진행되기도 한다. 
 
 게릴라 작전을 수행하듯 몰래 행해지는 게릴라 가드닝.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싶어도 혹시나 모를 법적인 문제가 두려워 행동을 망설일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넣어둬도 좋다. 국내에서는 게릴라 가드닝을 공공을 위한 긍정적인 행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녹화지원팀 정경문 주무관은 “버려진 공유지나 지저분한 공간에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것은 공적인 행위이기에 단순히 땅을 무단 점용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도시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와 청주시에서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게릴라 가드닝을 장려하고 있다.
 
 도시의 환경을 위해 전투 아닌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게릴라 가드너들. 그들의 게릴라 작전은 정부 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공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도시 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해 방치된 공간들이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공간들이 게릴라 가드닝에 의해 재탄생하고 있는 거죠.”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 조경학과)는 게릴라 가드닝이 시민 주도의 운동임을 강조한다. 
 
 공간을 꽃밭이나 정원으로 가꾸는 일의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꾸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간의 변화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영민 교수는 “버려진 공간은 그냥 두었을 때 범죄 행위나 일탈이 발생하는 장소가 된다”며 “이런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최근 도시설계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동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게릴라 가드닝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적 영역에 관심을 갖게 해 결과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킨다고 덧붙였다. 
 
 삭막한 도시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활동하는 게릴라 가드닝.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가드닝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 덕분에 도시는 점점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청주시에서 꽃과 식물을 지원하자 숨어있던 게릴라 가드너들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진출처 청주시
 
 
 
●게릴라 가드닝 활동 가이드
 
장소선정
꽃이나 식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장소든지 가능하다. 버려진 채 미관을 해치고 있는 곳이나 주변이 너무 삭막해 정원이 필요한 곳이 주된 공간이 된다. 버스정류장의 푯말에 화분을 놓은 것처럼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해 정원을 조성할 수 있다.   
 
식물선정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운 게릴라 가드닝의 특성상 꾸준하게 물을 줘야 하는 식물보다는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다육식물이나 자생력이 강한 식물이 좋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기후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주변 정리 
단순히 꽃이나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다. 꽃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의 지저분한 환경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황폐한 토양을 솎아주면 식물을 키울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된다.  
 
씨앗폭탄
씨앗폭탄은 물과 분양토, 발아시킬 씨앗을 함께 섞어 둥글게 빚은 것을 말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기초적 양분이 들어있는 씨앗폭탄. 곳곳에 투하하면 광범위한 공간에 식물이 피어날 수 있게 된다.  
 
관리
조경은 조성하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원을 가꿨더라도 관리하지 못해 식물이 죽는다면 이전보다 더 흉물스러운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물을 주세요’라는 푯말을 꽂아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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