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연애 칼럼니스트가 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Something: 어떤 것, 무엇.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무엇’이 있는 것 같은 사이를 ‘썸’이라 부른다. 이 애매한 사이는 사실 가장 설레는 시기로, 이 기간만을 즐기기 위해 ‘썸만 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애는 귀찮고 부담스러우니 설레는 ‘무엇’만 얻겠다는 심산이다. ‘무엇’이 무엇이길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썸만 타다 끝을 내는 것일까. 김정훈 연애 칼럼니스트를 만나 그 해답을 들어보았다.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상태를 ‘썸’이라 부르는데, ‘썸’은 보통 어떤 관계를 뜻하는 것인가.
“썸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 썸은 사실 연인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였습니다. 이 단계는 연애기간 중 가장 재미있고 설레죠. 하지만 ‘썸’이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연애로 나아가지 않고 제일 설레는 첫 번째 단계만 즐기려는 경향이 생겨났어요. 썸 기간에는 연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간섭이나 집착을 받지 않으면서도 설렘을 즐길 수 있죠. 즉, 썸은 육체적, 정신적 엔조이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어요.”

-주변에도 ‘연애는 싫지만 썸은 좋다’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호감이 있는 상대라면 연애가 더 좋은 것 아닌가. 
“썸 기간에 유일하게 하지 않는 한 가지가 바로 ‘싸움’입니다. 연애는 연인에게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면서 많이 부딪히죠. 그러니 귀찮고 싫은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썸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유희를 위한 만남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서운함을 비치며 부딪히려고 하면 귀찮다고 관계를 끊어버리면 그만입니다.”

-좋은 것만 가지려는 이기적인 태도로 보인다.  
“저는 그것을 편식과 비슷하다고 봐요. 맛있는 것만 먹고 맛없는 것은 먹지 않으려 하는데, 이를 미식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일 뿐이죠. 썸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것만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지만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합리화해버리죠.”

-썸으로 인해 나타나는 제일 큰 문제점도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
“맞아요.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연애는 연인이라는 관계 설정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리와 책임이 있지만 썸은 관계를 설정하지 않죠. 관계에 대한 책임이 없으므로 여러 명과 동시에 썸을 타기도 해요. 책임은 지지 않고 자유만 즐기려고 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인이라는 관계 설정을 부담으로 느끼는 것인가.
“썸에서 연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느 정도 자유를 잃기 마련이에요. 연애를 하면 새로운 이성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싸우고 화해하고 이별하는 과정까지의 관문을 겪어야 합니다. 이러한 연애의 관문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애초에 선을 그어 썸만 타다 끝을 내는 것이죠.”

-연애가 가벼워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소비의 시대’와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생산보다 소비가 중요하죠.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키우는 연애보다는, 상대방에게 생긴 호감을 소모하는 썸을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썸을 타면서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것도 썸의 폐해 중 하나라 할 수 있어요. 상대방은 호감이 점점 커지며 연애를 상상하는데 막상 자신은 연애로 나아갈 생각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감정적인 폭력이 될 수 있죠. 그러다가 다른 이성친구를 만나 사귄다면 그 사실을 안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소통이고 대화여야 하지만 썸은 일방적으로 맺고 끊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죠.”

- 많은 학생들이 연애를 하면서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최근 학생들은 ‘쿨한 것’을 좋아합니다. 연애로 나아가지 않고 썸만 타는 게 쿨한 것인 줄 알죠. 그런데 사실 감정은 뜨거워야 합니다. 감정이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죠. 그것이 귀찮으니까 쿨하다고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그것을 썸이라 하면서 즐기고 있어요.”

-자신의 ‘쿨’한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이들에게 필요한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
“썸을 선호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윤리적, 인간적으로 볼 때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자신에게 좋은 것만 하려 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도 생각하며 힘들고 싫은 것도 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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