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놀이는 그만
네 마음대로 놀아봐


중·고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잘 노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 주위로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새롭거나 매력적인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이들과 친분을 쌓으면 덩달아 본인도 잘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논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여겨졌다. ‘익숙하고 능란하게’라는 뜻의 ‘잘’,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은 익숙하고 능란하게 놀 수 없는 것일까?

이런 물음에 대해 놀이 단체인 ‘놀이문화연구모임(Play Ground Spirit)’과 ‘밖에서 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두 단체가 공통으로 말하는 놀이의 목적은 바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것. 놀이를 통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설령 남들보다 우스꽝스럽고 못났더라도 ‘잘 논다’고 말할 수 있다. 

놀이문화연구모임은 음주 중심의 놀이문화에 회의를 느낀 강대훈 대표에 의해 2008년 탄생한 놀이 단체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매번 같은 방식의 놀이문화를 지속했다가는 늙어서도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즐겼는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진정으로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추구하게 됐죠.” 강대훈 대표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며 결국 ‘지상에서 최고로 재밌게 놀아보자!’는 놀이문화연구모임이 만들어졌다. 

놀이문화연구모임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단지 즐겁게 놀 무언가를 부단히 찾아 나선 것뿐이다. 단체가 만들어지고 진행된 첫 놀이는 ‘오래 걷기’. 걷기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만든 놀이이다. 이처럼 기존의 놀이 또는 일상생활을 활용해서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놀이가 됐다. 재밌는 놀이는 발명이 아닌 발견에서 나온 것이다.
 
▲ 따듯한 서울 날씨 때문에 전북 고창에서 눈을 실어와 '눈싸움축제'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놀이문화연구모임

 

▲ "뒤통수 조심!" 청게천 광장에서도 배게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 놀이문화연구모임


이들이 놀이를 만드는 출발점에는 ‘뭘 하면 재미있을까’라는 질문이 놓여있다.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찾은 다음에는 구체화 단계로 돌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놀이는 ‘종이배 제작 및 한강도하’, ‘전국보물찾기대회’ 등 이름만 들어도 색다름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재미를 찾아 출발했던 이들의 미약한 시도, 이제는 이들의 놀이를 단순히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


“단순히 주어진 놀이만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밖에서 놀자’의 박종언 대표는 여가를 허투루 보내는 현대인들을 보며 다양한 놀이의 필요성을 느꼈다. ‘누구나 놀이를 즐기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놀이를 전파하는 단체를 만든 박종언 대표. 그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켄다마’와 ‘저글링’ 등의 놀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워크숍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글링을 서커스 묘기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지닌 ‘몰입’의 힘은 이를 해내는 사람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쾌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박종언 대표는 “놀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규칙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놀이는 사람들을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골목길이 가진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시키기 위해 해가 진 어두운 골목길에서 ‘미니올림픽’을 열었다. 어둠과 공포의 공간에 놀이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놀이로 생활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비슷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놀이에는 왕도가 없다. 즐길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놀이가 될 수 있다. 놀이를 단지 제한적인 보기들로 국한하는 것은 자연 발생적인 놀이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오지선다형의 답안지 같이 획일화된 놀이문화에서 벗어나 각자의 생각을 담아 서술형 답안지 같은 놀이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 유럽형 줄타기인 '슬랙라인'을 하고 있으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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