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요청을 받은 후로 후배님들께 어떤 얘기를 해드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나 학내 사안을 비판하는 주제도 고려해봤지만 소위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후배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직일 것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막연한 주제보다는 제가 취직을 하게 된 과정과 사회인이 되어 느낀 점을 풀어써 볼까 합니다.

 저는 성실함과는 거리가 먼, 학회 활동을 하면서 그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 결과 3점대 초반의 학점, 전무한 대외활동 등 무엇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죠.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고 내세울 것 없는 스펙에 점점 자신감만 잃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스펙이라는 정량적인 면을 보완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하여 자기소개서를 통해 정성 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경험은 없었지만 학회 활동, 식당 서빙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배운 것과 이것이 기업에서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정성 들여(=평범한 경험을 맛깔나게)’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류 합격률은 평균적인 스펙을 가진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었죠. 면접에서도 다른 지원자들이 업무와 관계된 일반적인 질문을 받을 때 저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개인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면접관의 태도는 부드러워졌고 이는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취업 설명회에서 ‘스펙보다 자기소개서에 집중하라’고 한 것이 결코 의례적인 얘기가 아님을 입사 후 인사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고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입사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는 점입니다. 사회에 진출하면 학생으로서의 태도를 지우고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죠. 학교와 직장, 둘 다 책임감과 의무가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 무게 차이는 큽니다. 신입사원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많은 만큼 기업에서는 각자 일정 부분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지만, 신입사원이 처음부터 업무를 잘할 수는 없죠. 따라서 업무보다는 태도 면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할 일을 찾는 모습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보여도 성공의 8부 능선을 넘은 것이죠. 부서 내에서의 평판이 좋아지면 업무를 배우기도 수월해집니다. 저는 연수 과정에서 배우지 못한 대출 업무를 지점 배치와 동시에 맡게 되었는데요. 우려의 시선을 받았지만 수백 장의 안내서와 상품들을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니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더군요. 그 결과 지금은 지점 내에서 혼자 해당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후배님. 사회에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시는 동문분들이 정말 많이 계십니다. 그만큼 중앙대 출신이 어떤 조직에서든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항상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끼며 전진하시길 바라옵고 저 또한 그러리라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정빈 동문
경제학부 0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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