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10.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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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돌아보며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순간뿐이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랑은 반쪽인 나를 온전히 채워주는 소중한 경험인데요. 하지만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점차 퇴색되어가는 듯합니다. 외국인 유학생의 눈에 비친 우리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는 건강하게 사랑하고 있는지 진단해봤습니다.

 
최대 관심사는 연애
조건부터 따지는 결혼
자기만족의 시대

: 안녕하세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 몽골에서 온 홀란입니다. 정치국제학과 석사 4차를 다니고 있어요.
: 저는 케냐에서 왔고요. 경영학부 4학년입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니자트입니다. 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커플 천국, 솔로 지옥
: 오늘은 반가운 얼굴과 함께하네요. 이번 주제는 ‘사랑’인데요. 실례지만 세 분은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기자님부터 말씀하세요.(하하)
: 그 질문은 한국에서 ‘몇 살이세요?’와 함께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같아요. 동갑내기 친구들부터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까지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 각국에서는 그렇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흔한 질문이거든요. 솔로일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이 힘내라고 괜히 놀리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농담도 해요.
: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이성친구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잘 안 해요.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특별히 놀리는 경우도 없고요.
: 케냐도 비슷한 분위기에요.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죠. 우연히 기회가 되면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정도에요.
: 한국 사람들은 특히 ‘솔로’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연애에 대한 관심도 많고요.
: 맞아요. 몽골에서는 솔로라고 해서 딱히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대부분 서른 전에 결혼하기 때문에 서른을 한참 넘긴 사람이 혼자라면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크게 문제 삼진 않아요.
: 케냐도요. 누가 커플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않죠.
: 혹시 ‘모태솔로’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 태어났을 때부터 솔로라는 건가?(하하) 모태신앙처럼.
: 비슷해요. 한 번도 연애해본 적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에요.
: 신기하네요. 몽골에서는 연애 경험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연애를 못한 게 흠은 아니에요. 연애 경험이 없어도 결혼할 나이가 되면 집안 소개로 언젠가는 다 만나게 되어 있고요.
: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집안 소개로 결혼하는 일이 많은가 보네요. 케냐도 중매결혼이 많나요?
: 케냐도 중매결혼을 해요. 이른 나이에 중매결혼을 하는 편이라 혼기가 넘도록 솔로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른을 넘긴 저는 케냐에서 완전 노총각 취급을 받아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전부 ‘너는 결혼할 생각 없니?’라고 물어보고요.
: 괜찮아요. 서른 즈음이면 한국에서는 아직 한창이니까요.
: 맞아요. 저는 한국에서 행복한 솔로죠.(하하) 케냐에 있는 친구들은 다들 가정을 꾸려서 이제 아저씨가 됐어요.

일단 만나야 한다?
: 한국에서는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짝을 찾으려는 노력도 많이 해요. 한 번쯤은 해본 경험이 있죠. 다들 한국 와서 미팅해보셨어요?
: 제의를 받았었는데 나가지 않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과 이성적으로 만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서요. 몽골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아요. 친구의 친구라도 서로 안면이 있는 사람을 소개받죠.
: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미팅이 없어요. 나이가 들어 선을 보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처럼 대학생 때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지는 않죠. 학교에 다니다가 맘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아는 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묻고 자연스럽게 만나요.
: 소개팅이나 미팅은 내가 누군가를 사귀고 싶고, 짝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나가는 자리잖아요. 서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본래 모습을 알기 힘든 것 같아요.
: 이러한 만남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건가요?
: 안 좋게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신기하죠. 어색한 자리를 가지면서까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니까.
: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 같기도 해요. 한국 사회는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지만 사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보여요. 제 친구들도 주변에 남자가 없다, 여자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위적인 만남을 통해서라도 짝을 찾으려는 거죠.
: 역시 한국 사람들은 연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 연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연애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100일, 200일 등 각종 기념일을 다 챙기더라고요. 케냐에서는 결혼기념일도 최근 들어 생겨난 개념인데 말이에요.
: 맞아요. 한국에서는 돈 없으면 연애하기 힘들다고 들었어요. 특히 남자는 연애나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요.
: 젊은 세대는 연애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요.
: 경쟁이 치열하고 물가도 비싼 한국에서는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네요.

사랑도 끼리끼리
: 혹시 결혼정보회사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회원끼리 결혼을 주선해주는 업체에요. 외모나 직업, 경제력에 따라 회원 등급표가 있기도 하죠.
: 낮은 등급이라면 높은 등급과는 결혼할 수 없나요?
: 만남이 성사되기 힘들다고 하죠.
: 알고 있어요.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한국 사람들은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연예인 커플에 대해서도 ‘A급 스타가 왜 이 사람을 만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도대체 왜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죠.
: 그러게요. 진짜 두 사람의 조건이 비슷해야 좋은 짝인 걸까요?
: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는 가요. 저도 성공했다면 그만큼 성공한 여자를 만나고 싶기도 할 것 같거든요.
: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건 인생을 사업으로 여기는 발상이잖아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살면 힘들 거예요. 서로 등급이 같거나 조건이 비슷하다고 과연 성격이나 가치관까지 잘 맞을까요? 케냐에서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재산이 아닌 사람 자체를 봐요. 그 외에 고려되는 건 집안의 평판 정도죠. 저희 매형도 가난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에 들어 누나와 결혼했어요. 성실한 성격 덕분에 그 후로 자리를 잡고 성공했고요.
: 몽골에서 배우자를 고를 때는 집안을 중요시해요. 재벌인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성품과 형제끼리 사이는 좋은지 등을 보는 거죠. 결혼은 남녀 둘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 간의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 한국에서는 경제력이 배우자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인데요.
: 재산은 없다가도 생길 수 있고,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잖아요. 잘 살던 집도 한순간에 망할 수 있죠. 덧붙이자면 아는 형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부잣집 딸과 사랑에 빠졌었어요. 저 정도로 화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잣집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죠. 하지만 결국 결혼에 성공해서 지금도 잘 살고 있어요. 둘은 잘 어울리는 짝이에요.

나는 나만 사랑해
: 한편 최근 한병철 교수가 출간한 『에로스의 종말』(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는 오늘날 진정한 사랑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는데요. 신자유주의적 시스템 속에서 타인의 존재는 사라지고 자아의 만족만이 남은 ‘나르시시즘적인 사회’가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죠. 한국 사회의 모습도 그런 것 같나요?
: 맞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반면 타인과의 관계에는 소홀하죠. 특히 한국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해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늘 불안해하죠.
: 한국 사회는 개인이 이기적으로 변하기 쉬운 구조 같아요. 계속되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 사랑하는 연인 간에도 이기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나죠. 상대방이 자기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하고요. 심지어 최근 뉴스에서는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살해하는 등의 끔찍한 소식이 보도되기도 해요.
: 몽골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요. 상대방보다 자신의 욕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연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죠.
: 이해할 수 없지만 케냐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에서 그런 거겠지만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해 주기 바라고 마음이 변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발상이죠.
: 괴로워하는 상대방은 보지 못한 채 나홀로 만족하기 위한 사랑이군요.
: 그렇죠. 경쟁이 심한 사회 속에서 상대방과의 공감 능력은 쇠퇴하고 있는 듯해요. 자기중심적 관계를 맺는 거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인데 말이에요.
: 건강한 사랑은 나와 상대방의 존재를 함께 인정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니자트(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는 아제르바이잔 청년. 하지만 아직은 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면 군대, 박사 학위에 취업까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운명의 짝을 만나길 바라고 있다.

홀란(정치국제학과 석사 4차)
몽골에서 온 화려한 솔로.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애는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관계를 원하는 그녀는 늦어도 서른이 되기 전에는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제임스(경영학부 4)
그가 케냐를 떠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이상형은 가정을 우선시하는 현모양처 같은 아내. 결혼한 후에는 두 집안이 한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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