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길을 찾아 나설 때는 보통 밤하늘의 별을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지표로 삼고 있는 별이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을 때는 나 자신을 믿고 걸어가야 한다. 주경민 학생(신문방송학과 3)은 주위의 눈길과 무관심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목표만을 지표 삼아 발을 옮겼다. 삼성과 구글의 홍보대사, 청와대와 아산정책연구원의 인턴을 한 그는 스스로를 ‘기이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 주경민 학생은 인터뷰 내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행복한 이를 곁에
두는 것은 곧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었다.”

 

2013년에 개봉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는 스스로를 ‘잉여 인간’이라고 부르는 4명의 청년이 유럽으로 떠난다. 무일푼이었던 그들은 1년 동안 숙박업소의 홍보 영상을 찍어주며 히치하이킹을 해 그들의 꿈을 이룬다. 주경민 학생은 자신도 그들처럼 히치하이킹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대외활동, 인턴, 벤처기업이라는 차들을 타려고 히치하이킹을 해왔다면서.
 
행복에 대한 연구
PD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원했던 그. 고등학교 때에는 영자신문부에서 활동했고, 친구들을 모아 단편영화를 찍어 보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휴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빨리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휴학을 결심했다. “제가 생각했던 수업이 아니었어요.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답답했어요. 그래서 우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어요.”

꿈에 대한 첫 방황이었다. 1학년 때 해오던 연극동아리, 과외, 연애 등도 2학년이 되면서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골몰한 끝에 결국 답을 얻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라.’
 
 
몸으로 경험하며 얻은 배움
주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하려니 막막했다. “회사를 차려 보고 싶은데 사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죠. 게다가 사업을 배울 창구도 마땅히 없었어요.”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삼성 스토리텔러’ 대외활동이었다. 2학년 1학기에 시작한 삼성의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은 그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삼성전자는 ‘IFA’라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의 참여 기업이었어요. 독일로 취재를 나가게 되었는데 그곳 취재가 가장 재미있었죠. 여러 회사의 부스와 프레젠테이션을 구경했거든요. 나중에 저도 IT기업을 만들어 여기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고 싶었다. 앱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그는 글로벌 마케터를 모집하는 ‘구글 브레인’에 지원했다. 당시 인지도가 낮았던 구글과 유튜브를 한국에 홍보하는 활동을 한 그는 앱 ‘비트윈’의 창시자인 VCNC 박재욱 대표를 인터뷰한 적도 있었다. “박재욱 대표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그분의 회사를 찾아가서 그분을 인터뷰함으로써 벤처기업이 어떤 곳인지,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배웠거든요.”
 
 
▲ Insple 홈페이지의 문구는 ‘바로 오늘, 행복하고 싶은 당신을 위해’다.
추억을 담기 위한 앱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연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떠오른다. 그가 ‘Insple’이라는 앱을 만들게 된 계기도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느 날, 죽마고우인 친구가 집에 놀러 왔을 때 우연히 먼지가 뽀얗게 쌓인 사진앨범을 발견했다. 사진을 넘겨보며 추억에 잠기던 그는 그 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누구에게나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 있고, 그것은 곧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찍은 사진을 만인이 공유하여 볼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었죠. 당시 페이스북이 이미 존재했지만 사진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대부분의 핸드폰이 속도가 느린 3G였고 페이스북에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의 양은 한정적이었죠.” 그는 따끈따끈한 자신의 새 아이디어를 친구에게 창업 아이템으로 제시했다. “컴퓨터공학이 전공인 그 친구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앱 개발에 몰두했어요. ‘우리 앱을 만들어보자’고 친구를 꼬신 거죠.”

그와 친구, 구글 브레인을 함께 했던 동료 두 명까지 합세해 벤처기업 Insple을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명과 같은 이름의 앱 Insple을 구상했다. Insple은 ‘사람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Inspired by people)’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하잖아요. 저는 그 이유가 사진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본받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자기 삶의 영감을 얻는 거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차고에서 애플을 창시했고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대의 기숙사에서 페이스북 앱을 개발했다. 그들은 제2의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을 꿈꿨다. “한국판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되고 싶었지만 한국에는 저희가 쓸 차고가 없더라고요. 대신 성균관대를 다니는 친한 친구를 설득해서 그 친구의 기숙사에서 다 같이 먹고 잤어요. 마크 주커버그가 그랬던 것처럼요.” 컵라면이나 햄버거로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었지만 나중에는 이것들이 다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서로 위로하며 Insple 베타버전을 만들었다.

얼마 후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마련하고 지원금을 얻었다. 프로그래머 몇 명이 더 합류해서 팀원도 많아졌다. 이렇게 고생 끝 행복이 시작되는 것 같았지만 어려움은 다시 찾아왔다. 사진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서버가 필요했지만 비용을 지급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CEO 둘 다 미필이라는 이유로 이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 청와대의 인턴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 가장 어렸던 그는 형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인연이 가져온 기회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던 그의 습관이 이때 빛을 발했다.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삼성 스토리텔러를 함께 했던 지인이 청와대에서 인턴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청와대 대통령실 산하 홍보수석실 뉴미디어정책비서실 행정 인턴’이었다. “그 사람이 청와대에서 일할 때 제가 도움을 많이 줬거든요.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그분이 저를 추천해 주었어요. 마침 해당 부서는 페이스북, 구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라 다 제가 경험한 것들이었죠.” 청와대에 들어간 그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페이스북을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새로 만드는데도 참여했다. 이곳에서 일해서 얻은 수입은 벤처기업을 유지하는 데 사용했다.

청와대 인턴을 하고 나서 특별한 계획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중 열심히 일하는 저를 좋게 봐주셨던 분이 있어요. 그분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계셨는데 새로 인턴을 뽑을 때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래서 서둘러 휴학하고 첫 출근을 했어요.” 홍보담당 기자들을 만나고 정책 관련 자료들을 올리고 관리하는, 그에게는 익숙한 일들이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무엇이든 즐기면서 하다 보니 행운은 저절로 찾아왔다.
 
▲ 청와대 인턴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함께 했다.
 
 
취향 저격하는 삶이 매력 있어
말하지 않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낌이 오는 그것, 바로 ‘취향 저격’이다. 어느 순간 그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떻게 살아야겠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야 해요. 요즘 취향 저격이라는 말이 유행해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해졌다는 증거죠.” 그는 말을 이었다. “보통 패션, 음식, 라이프스타일 순으로 유행이 변해요. 우리나라는 요즘 쿡방이 대세니까 요리가 유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마 앞으로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느냐가 중요해질 거예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했다. 영화를 보며 자신도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저는 여러 가지 활동을 했잖아요.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바로 겁 없이 도전했죠. 결국 그 활동들이 모두 인생을 위한 히치하이킹이라고 생각해요.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테니까요.” 이 사람 집에 가보고 저 사람 차에 타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인생으로 영화를 만드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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